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인데요.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부터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골은 깊어만 지고 있습니다.
지리적, 무역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나라이지만 참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 중국은 우리 경제에 어떤 존재일까요? 비즈니스워치가 개최한 '2022 차이나워치-위드아웃 차이나?'에서 3명의 중국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문형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인구가 14억명이나 되는 대국이 강국으로 변하면서 주변 국가들과도, 세계와도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사드 보복 이후 우리 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차이나 엑시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윤기섭 코트라(KOTRA) 중국 프로젝트매니저(PM)는 한국수출입은행 통계를 인용해 "대중국 투자는 2021년 전년 대비 30% 감소한 3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신규 법인 숫자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서 중국을 떼어놓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25%에 달하는, 경제적으로 아주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문형 교수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전까지 중국은 한국경제에 많이 의존했다"면서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이 내수 정책을 펼치면서 서서히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곳곳에서 경제 성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다만 최근 중국 경제가 급성장을 거듭한 만큼 지금의 성장률도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재현 머니투데이 국제부 전문위원은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 시대에서 중저속 성장으로 가는 건 사실 당연한 변화"라며 "사실 5%만 해도 대단한 성장률"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점차 줄어들까요? 사실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었는데요. 이문형 교수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자연스럽게 중국과의 통상, 산업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습니다.
반면 김재현 위원과 윤기섭 PM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윤 PM은 "다만 우리도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윤기섭 PM은 "중국은 우리에게 비즈니스파트너 같은 존재"라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함께 협력할 일이 있으면 협력하고 이익이 상충하면 서로를 버릴 수도 있는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김재현 위원은 "중국은 동반자라기보다는 덩치 큰 동네 친구"라고 했는데요. 김 위원은 "물론 아직 국제관계에서 좀 서툴러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다독거리면서 관계를 맺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일도 많고 어려운 일도 많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문형 교수는 "서로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상대에 대한 중요성을 잊어버린 것 같다"며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이해서 상대를 존중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수렴하는 한중관계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