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에선 향후 두세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연말에는 국내 기준금리가 2.5% 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최근 1년새 8차례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 급격한 내수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가 안정 초점, 연말 기준금리 2.5% 도달할까
이창용 총재는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에 적극 대응해 통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관련기사: '성장보다 물가가 먼저다'…이창용 총재의 시선(5월26일)
이를 감안하면 오는 7월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또 다시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7월까지는 국내 물가가 전년대비 5% 넘게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 확실시되는 까닭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앞으로 두 차례 정도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7월 인상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관심은 7월 이후 하반기에 몇 차례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지 여부다. 한국은행은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내년 초까지도 5% 수준의 물가 상승를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연말부터 하향 안정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총재가 미국과의 금리 역전과 관련해 단기간 역전은 있을 수 있고 외화유출 등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혀 일각에서 제기됐던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시장에선 금통위가 7월 이후 하반기에 1~2회 정도 금리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개월 동안 물가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한국은행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만큼 7월과 8월 연속 인상을 전망한다"며 "10월 금통위 이전에 발표될 9월 물가 상승률이 한은 전망에 부합하거나 소폭 낮아진다면 10월에는 동결 후 11월 정도에 추가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총재 역시 시장이 전망하고 있는 연말 기준금리 2.25~2.5%(7월 포함 세 차례 인상 시 기준금리 2.5%)에 대해 합리적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말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른다면 이는 2013년 5월 금통위(2.75%→2.5%) 이후 약 9년7개월 만이다.
1년간 이자부담 24조원 급증…내수 위축
5%가 넘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당분간 불가피하지만 경제 성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윤석열 정부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통한 복지확대 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삼은 상황이라 장기간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비판의 도마에 오를 수 있어서다.
특히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5차례 올렸고, 연말까지 3차례 추가 인상할 경우 1년4개월여 만에 8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가계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늘어나는 이자비용은 3조원, 기업 부담도 2조7000억원 가량 증가한다.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도달하면 약 1년 동안 가계 이자비용 증가만 24조원에 달해 급격한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총재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도 소상공인과 영세업자 등에 대한 재정지출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유다.
다만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 주력하면서도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전망보다 물가전망을 더 큰 폭으로 조정한 것은 향후 성장에 방점을 두는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성장전망이 하향조정되고 있지만 주요국 성장세 둔화를 감안하면 물가상승을 일정 수준 용인하면서 경기회복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