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된지 21년이 지난 가운데, 보험개혁회의에서 상품 판매 비율 제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됩니다.
방카슈랑스 규제를 풀면 이득인 은행권과 은행계열 보험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인데요. 반대로 규제가 확 풀리면 은행의 계열 보험사 몰아주기가 횡행할 거란 비은행계열 보험사들의 위기감도 큽니다. 양측 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을 근거로 들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죠.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주도로 개최되고 있는 보험개혁회의에서 방카슈랑스 25%룰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03년 도입된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사가 제휴해 은행 창구에서 직접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뜻합니다.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5%룰은 은행의 보험 계열사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큰데요. 규제 완화는 올해 4월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사업을 철수하면서 시작됐대요. 현재 4개 손보사(KB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NH농협손보) 중 1곳만 더 중단해도 원천적으로 25%룰을 지킬 수 없는 구조가 됐기 때문입니다.▷관련기사 : 2년 지나면 둘 중 하나 깨는 방카슈랑스, 손보사도 발 빼는데(4월24일)
갈수록 방카슈랑스 참여 보험사가 감소하면서 은행들은 연말마다 판매비율 준수를 위해 특정 보험사 상품의 판매, 판매 중단, 재개를 수시로 번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은행권 및 은행 계열 보험사들은 "좋은 상품이 있어도 25%룰 때문에 추가 판매가 어려워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죠.
금융당국은 생·손보를 막론하고 전체 방카슈랑스에 대해 25%룰을 최대 50% 수준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카드사에서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가 4개사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25%룰을 더 이상 준수하기 어려워지자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25%룰을 50%로 완화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비은행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감도 큽니다. 은행들이 같은 그룹계열 보험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몰아주기가 횡행할 게 뻔해서죠. 그런데 반대 근거로 들고 있는 게 은행계열 보험사와 똑같은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점이 묘합니다. 비은행계 보험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25%룰이 깨지면 보험사 간 공정 경쟁은 물론 소비자 선택권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죠.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도 은근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25%룰을 확 풀면 설계사 대신 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GA업계 관계자는 "계속 규제가 완화되면 안 그래도 자산 규모가 몇 배나 큰 은행에 보험사들이 더 종속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판매 주도권도 서서히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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