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달랐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계열들이 작년 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고전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모두 유지하면서 6% 가까운 이익률을 지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이 30%인,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답다.
현대모비스는 25일 작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35조1492억원, 영업이익 2조250억원, 순이익 1조8882억원의 실적이 잠정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미미하게나마 증가했고, 순이익은 21.2% 늘었다.
쉽지 않은 경영여건이었지만 고정적인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이 받쳐주는 가운데 모듈·부품 부문의 선방이 실적 유지에 보탬이 됐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북미 오하이오 공장이 지난해 4월부터 신차종 대응을 위한 정비작업으로 일시적 조업중지(Shut Down)에 들어가면서 생산이 일부 감소했고 신흥국 환율하락 등 불리한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첨단 전동화와 핵심부품 사업이 성장하면서 매출이 유지됐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공장은 재작년 1조4000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작년 매출은 4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비를 마친 뒤 올 4월부터는 정상적인 안정 조업에 들어갈 것이란 게 현대모비스 측 설명이다.
특히 4분기 실적이 좋았다. 매출은 9조64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817억원으로 82.1%나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6%였다.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인 배형근 부사장은 "팰리세이드 등 계열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부품 매출이 크게 늘어나며 국내 모듈·부품 실적이 개선됐다"며 "다만 모듈·부품 영업이익률이 아직 1%대였던 걸 올해는 2%대 이상으로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연간으로 볼 때 현대모비스의 전동화와 핵심부품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3.8%, 12.3% 급증했다. 각각 1조8047억원, 7조5205억원이다. 다만 모듈 조립 매출은 18조8659억원으로 7.5% 감소했다.
모듈·부품 부문 작년 매출은 28조1911억원으로 전년대비 0.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65억원으로 0.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1%였다. A/S 부문의 경우 매출 6조9581억원으로 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7285억원으로 0.1% 감소했다. A/S 영업이익률은 24.8%를 기록했다.
해외 지역별로는 유럽에서 선방한 반면 북미와 중국 등에서 부진했다. 유럽은 매출 5조3362원, 영업이익 3318억원으로 영업이익률 6.2%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주서는 매출이 7조4039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1000억원가량 줄었고 영업익도 155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중국서는 전년보다 3000억원 가량 줄어든 5조505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409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지속했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의 실적 개선 기대를 전동화 및 핵심부품 분야에 걸고 있다. 전동화를 포함한 핵심부품 수주실적은 재작년 12억1500만달러에서, 작년 16억5700만달러로 36.4% 늘었다. 중국 현지완성차 업체서 받은 주문이 109.3%, 글로벌 전기차업체 수주분이 87.1% 늘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동화 분야는 아직 이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다. 배 부사장은 "처음에 두 자릿수 영업손실률을 감내하면서 시장 형성과 투자를 해왔지만 재작년에 손실률을 한자릿수로 내렸고, 작년에는 이를 더 낮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계열사 외 매출을 늘려갈 계획이다. 배 부사장은 "글로벌 티어원(세계 선두권) 부품사들과 정면으로 경쟁하려면 실적 개선에 노력할 부분이 많다"며 "그룹 상황도 영향을 받겠지만 세계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도 늘려 실적을 개선하는 길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