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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닥친 '쓰나미'

  • 2019.09.05(목) 16:45

[4대그룹 체크포인트]①삼성그룹
반도체 위기 속 일본발 규제까지
총수 공백 가능성에 위기감 증폭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주요 그룹의 재무안정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등으로 향후 주력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즈니스워치가 신평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4대그룹이 처해있는 경영환경속 핵심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삼성의 질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반도체가 실적악화에 직면했고 신수종사업인 바이오는 분식회계 혐의로 얼룩졌다. 설상가상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다발적인 악재로 삼성 내부에선 '그로기'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화려했던 기록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 등 삼성의 비금융 계열사들은 지난해 약 32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63조원에 달했다.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했다. 우리나라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평균 8% 남짓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곳간도 두둑해졌다. 삼성 비금융 계열사들의 현금성자산(장단기 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말 100조원을 넘었다. 삼성전자가 59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반도체에서 무려 45조원을 벌어들였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반도체 홀로 담당했다.

◇ 흔들리는 반도체

딱 거기까지였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반도체 주문을 줄이면서 전세계 메모리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 찬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3분기 14조원 가까이 하던 반도체 영업이익은 4분기 8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4조원, 3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 여파로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가까이 급감했다.

현재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의 감산 발표로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하락세가 주춤해진 상태다. 하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D램익스체인지는 "여전히 높은 (반도체) 재고수준이 가격상승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힘 못쓰는 계열사들

삼성전자의 부진을 메워야 할 건설·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들이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 몰린 것도 삼성에는 아픈 대목이다.

삼성물산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0% 이상 줄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일감 덕에 누렸던 효과가 사그라들고 호주와 홍콩 등 일부 해외사업장에서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삼성중공업은 7분기째 적자행진 중이다. 2016년 1조1000억원, 지난해 1조4000억원 등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긴급 수혈(유상증자)에 나섰음에도 실적개선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용평가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삼성중공업에 대한 본평가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안정성 지표가 크게 개선됐으나 그 지속 여부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 일본의 급습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 기술 기업들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7월초 일본이 폴리이미드, 레지스트(감광재),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한 다음날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같은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고는 한달도 안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삼성전자의 신용등급까지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만지작거릴 불씨를 남겨뒀다.

실제 무디스는 지난달 2일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수출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자 곧바로 논평을 내고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수출규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분야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기업명을 거론하지 않았을 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지목한 것과 다름없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한신평은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로 규제범위가 웨이퍼를 비롯한 원재료와 핵심 공정소재와 주요 장비 등으로 확산할 경우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장경영에 돌입했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방문 당시의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 선장 없는 배

삼성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건 '총수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최근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형량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은 이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로 그룹 수뇌부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조사를 받아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사업지원TF'가 마비된 상태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그 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마저 재수감되면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 구조가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내부에 팽배해있다.

최근까지 각 사업장을 돌며 사업전략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던 이 부회장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자산총액 415조원(공정거래위원회 발표기준)의 재계 1위 그룹이 선장의 지휘 없이 바다 위에 떠있는 것과 흡사하다.

삼성 관계자는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에 '퍼펙트 스톰'을 맞았다"며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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