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항공 빅딜'에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겼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증자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동시에 증자 자금이 늘어나는 호재다.
하지만 증자 대금 부담이 늘어난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의 입장은 다르다. 가뜩이나 자금상황이 빠듯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으로 투입한 예산(8000억원)을 넘길 수 있어서다.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대한항공, 증자 판 커졌다
최근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의 신주 '1차 발행가'가 1만9100원으로 정해졌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결정할 당시 발표했던 '예상 발행가'(1만4400원)보다 32.6% 오른 가격이다.
석달 만에 신주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고공행진 중인 대한항공 주가에 있다. 보통 증자의 신주 발행가는 예정발행가와 1차 발행가, 2차 발행가 등을 거쳐 확정되는데 신주 가격 산정의 '잣대'인 대한항공 주가가 증자 발표 이후 치솟고 있다.
대한항공 주가는 '예정 발행가' 산정 기간(작년 10월14일~11월13일)에 1만9950~2만5700원대를 오가다, '1차 발행가' 산정기간(작년 12월22일~올해 1월21일)엔 2만6000~3만3050원으로 거래됐다. 주가가 28% 가량 오른 것이다.
보통 증시에서 유상증자는 '단기적인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회사 자금이 부족해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정부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항공 빅딜'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자 결정 이후 오히려 주가가 오르고 있다.
신주 발행가가 오르면서 이번 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도 2조5000억원에서 3조3160억원으로 32.6%(8160억원) 커졌다. 신주 발행가가 오른 만큼 증자 규모도 늘어난 것이다.
다만 신주의 발행가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구주주 청약일(3월4일) 3거래일 전날을 기준으로 일주일간의 주가를 통해 '2차 발행가'가 산정된다. 이후 대한항공은 '1차 발행가'와 '2차 발행가' 중 낮은 가격을 '확정 발행가'로 최종 결정한다. 향후 주가가 내리면 신주 발행가가 더 낮아진다는 얘기다.
◇ 자금난 한진칼, 증자금 어찌할꼬
'1차 발행가'대로 증자가 진행되면 대한항공의 자금 사정은 한결 여유가 생기게 된다. 대한항공은 증자로 유입되는 자금을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1조5000억원, 부채상환 1조8160억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첫 증자 자금 사용 계획보다 부채상환액을 8160억원 더 늘렸다. 관련기사☞ 아시아나 부채비율은?…빅딜 막바지 궁금점 셋
하지만 주주 입장에선 부담이다. 신주 발행가가 높아진 만큼 부담해야할 증자대금이 더 늘어서다.
특히 한진칼이 내야할 증자대금은 2388억원 가량 더 늘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한진칼은 대한항공 증자대금에 7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총 증자대금 2조5000억원 중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29.27%)만큼을 배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신주 발행가격이 오르면서 부담해야할 증자금은 총 97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한진칼의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증자금을 산은이 투자한 8000억원을 통해 마련했다. 한진칼이 늘어난 대한항공 증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하면 산은에 또 손을 벌려야 하는 셈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대한항공 증자 발행가격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변동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발행가가 정해진 다음 자금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