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항공 매출 구조만 보면 여객 중심의 항공사라기보단 화물을 실어나르는 물류사에 가깝다. 지난 3분기 매출 중에서 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74.1%에 이른다. 최근 물류난이 가중되면서 화물 운임까지 확 뛰면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로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했던 대한항공이 예상치 못한 기회(물류난)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바닷길 막히자 대한항공 '고공행진'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조2270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43.6% 증가했다. 이 기간 화물부문 매출은 1조6503억원으로 62.4%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화물 실적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덕분에 지난 3분기 여객부문 매출이 3319억원으로 21.6% 증가했다. 하지만 화물에 견줄만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물류난으로 화물 운임이 상승한 결과다. kg 당 국제선 화물 평균 운임은 2019년 2.04달러, 2020년 3.14달러, 2021년 3분기 3.96달러 등으로 오르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뛴 것이다.
운임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서부 항만 병목현상에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노선별 화물 매출 비중을 보면 미주 노선이 50%에 이른다. 작년 3분기보다 7%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물류 병목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항만 병목현상 해결을 위해서 항만의 24시간 가동을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항만 적체지수는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내실도 좋아졌다.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386억원이다. 작년 3분기(76억원)와 비교하면 50배 넘게 급증했다. 영업이익이 4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6년 3분기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은 19.7%에 이른다. 이 기간 연료비가 482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0.9% 증가하는 등 영업비용이 늘었지만, 화물 매출 증가 속도가 그보다 더 빨랐던 셈이다.
벌써 자구안 3.3조 이행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지난 9월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93%로 작년 말 634%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지난 3월 유상증자로 3조3160억원이 수혈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적자로 쌓인 결손금도 해소되고 있다. 작년 말 별도 기준 2306억원에 이르던 결손금은 지난 9월 기준 104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3분기 순이익 2352억원이 반영되면서다. 이 추세를 유지하면 오는 4분기 결손금을 모두 털어내고,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월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도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의 지난 9월 말 자구안 이행 규모는 3조32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월 기준 1조 6980억원의 자구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보다 1조6243억원을 초과 달성한 성과다. 한진그룹은 유상증자, 노후 항공기와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자구안 이행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다.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딜 클로징'이 미뤄지고 있다. ▷관련기사: '잔금일 D-1'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연착'하나(6월29일)
현재 터키,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심사는 완료됐지만 국내는 대형 항공사 간 합병에 신중한 분위기다. 지난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어 일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공정위 심사관의 의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