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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재' 한국타이어, 실적 기대감도 타버렸다

  • 2023.03.14(화) 16:48

대전 2공장 전소…타이어 21만개 불타
손실 불가피…생산 중단 장기화 우려

/그래픽=비즈워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오너 구속에 이어 대형화재로 대전공장 생산이 중단됐다. 이 탓에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뼈아픈 것은 실적이다. 최근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실적 상승 기대감이 컸지만 이번 화재로 타격을 입었다.

타이어 21만개 태웠다

지난 12일 시작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는 14일 현재까지도 잔불 진화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8만7000여㎡가 전소됐다. 타이어 21만개가 불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화재에 따른 피해액을 추산 중이다. 더불어 조속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속한 사고 수습 및 복구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1, 2공장으로 구성돼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곳은 2공장이다. 2공장 가료 공정(타이어의 전체적인 모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화재가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타이어는 2공장이 전소됨에 따라 1공장도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하루 평균 4만5000여 개의 타이어를 생산한다. 대전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65%는 해외에, 35%는 국내에 공급된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한국타이어는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에 1조7031억원 규모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피해액을 추산 중이지만 2공장 전소에 따른 복구와 1공장 생산 중단으로 발생할 손실 등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지난 2014년에도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보험사 피해 산정액은 700억원 대였다. 이번에는 그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초 한국타이어는 이번 화재로 창고에 보관 중이던 타이어 40만개가 손실됐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2공장의 불길이 1공장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면서 손실된 타이어는 21만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의 주원료인 천연고무와 화학약품 등이 고온과 화재에 취약한데다, 화재 발생 당시 강풍이 불면서 불길이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실적 기대했는데

이번 화재로 한국타이어는 올해 투자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하반기 힘을 내면서 연간으로는 호실적을 거뒀다. 하반기에 원자재와 물류비 부담이 완화된데다 고급 차종 위주로 판매가 늘어나면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5%, 영업이익은 9% 증가했다.

한국타이어는 향후에도 신차 판매가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올해 1조원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피해액이 얼마로 산정될지도 문제지만 생산 중단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공장 전면 복구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비즈워치

더불어 생산 중단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완성차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타이어에서 공급받던 완성차 업체들은 공급 물량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이는 직접적으로 한국타이어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타이어로부터 물량을 공급받고 있는 곳은 현대차, 기아, 한국GM, 쌍용차 등이다.

한국타이어의 생산 중단에 따른 물량 공급 차질로 완성차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적으로 여러 곳으로부터 타이어를 공급받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이슈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최근에는 신차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로 당장은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완성차 업체들도 다른 타이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손실 불가피…생산 차질 장기화 우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한국타이어는 손실 최소화를 위해 총력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국내 2개 공장 중 한 곳인 금산공장의 생산량을 110%로 높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공장 직원 중 희망자에 한 해 금산공장에 파견,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대전공장의 경우 화재 원인 조사와 복구에 약 2년가량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이번 화재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화재로 재고 손실 130억원과 생산·매출 차질, 영업기회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전 1공장 재가동 여부, 타 지역 공장 물량 배분, 보험 조건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경쟁업체들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내수 매출 4000억원에 대한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타이어 본사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아울러 한국타이어가 이번 기회에 노후한 설비를 교체하고 보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은영·강희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전공장은 한국타이어가 가장 먼저 설립한 공장으로 1979년에 준공했고 이번이 세 번째 화재”라며 “반복된 화재는 설비 노후화를 의미한다. 생산재개를 위해서는 보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공장은 조기 가동이 예상되나 2공장은 가동 중단 장기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 한국타이어 화재가 재고를 소진하고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타이어가 유독 4~5년마다 공장 화재로 몸살을 앓는데다, 최근 재고 물량이 쏟아졌다는 점이 근거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측은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일부러 불을 낸다는 생각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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