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 찾기에 전력하고 있는 두산이 이번에는 미국 실리콘 밸리를 찾았다. 두산은 현재 핵심 사업인 에너지 부문을 기반으로 한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 과거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사업의 축을 이동한 것처럼 이번에도 또다른 사업으로의 이동을 준비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자율주행 기술이다.
두산밥캣은 최근 미국 실리콘 밸리에 기반을 둔 농업 신기술(애그테크) 소프트웨어 업체인 ‘애그토노미(Agtonomy)’에 지분 투자했다. 애그토노미는 농업 및 조경 장비(GME) 관련 애그테크 기업이다. 구글 벤처(GV), 도요타 벤처, 미래에셋 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애그토노미는 잡초를 뽑거나 풀을 베는 작업, 작물보호제를 살포하거나 농작물을 운반하는 일 등 노동집약적 작업들을 원격으로 실행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가 직면한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운영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실현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꼽힌다.
미국의 리서치 전문기관인 마켓리서치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자율주행 농업용 장비 시장 규모는 107억달러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5년간 연평균 21%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28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밥캣은 트랙터, 잔디깎이, 유틸리티 차량 등 장비와 더불어 다양한 농업 및 조경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기술 고도화에 관심이 많다. 이에 두산밥캣은 지난 2월 애그토노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작업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는 원격·무인화 및 전동화 기술을 함께 개발해 왔다.
두산밥캣이 관련 기술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산밥캣은 지난 2021년 미국의 레이더 센서 기업인 ‘아인슈타인(Ainstein)’과 지난해 미국 상업용 잔디깎이 자동화 소프트웨어 업체인 ‘그린지(Greenzie)’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두산밥캣의 자회사인 두산산업차량도 스웨덴의 물류 장비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 ‘콜모겐(Kollmorgen)’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무인 지게차(AGF)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두산이 강점이 있는 기계 부문에 신기술을 접목해 관련 시장을 선점,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두산그룹은 무인·자동화 기술을 확보해 신사업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지분 투자도 그 일환이다. 현재 두산의 주력인 에너지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두산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에너지 사업은 정부의 정책 변화에 민감한 사업이다. 최근 두산이 에너지 이외에 다양한 사업 부문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생각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고객들이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스마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연말쯤 선보일 무인 잔디깎이 제품을 비롯해 농업·조경·건설·물류 등 다양한 분야의 장비에 자동화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