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 인건비가 1년새 최대 두배 가까이 올랐다. 인건비가 오른 건 여객이 정상화되면서다. 신규 채용도 인건비 상승을 부추겼다. 반가운 변화이긴 하나 항공사 실적 측면에선 단기적으로 부담이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 인건비는 지난해 3분기 1조1873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3745억원으로 증가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수준(1조5408억원)과 맞먹는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인건비는 3604억원에서 4612억원으로 뛰었다.
저비용항공사(LCC) 인건비도 대폭 올랐다. 제주항공은 907억원에서 1359억원으로, 진에어는 740억원에서 910억원으로 상승했다. 티웨이항공은 656억원에서 1151억원으로 치솟았다. LCC 인건비도 2019년 말과 비슷하다.
인건비가 오른 건 근무하는 직원이 늘어난 영향이다. 팬데믹으로 그간 휴업 중이었던 직원들을 복귀시키고 올해 들어 신규 채용도 본격화했다. 채용 규모는 수십~수백명에 이른다. 올해 초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3분기부터 업무에 투입됐다.
연봉 인상도 인건비 상승에 일조했다. 올해 노사간 연봉 인상에 합의한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이다. 이들 항공사 연봉은 2.5~13% 올랐다. 일부 항공사는 연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성과급도 확대했다.
항공업 회복 신호탄이나…
인건비가 늘어난 건 항공업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항공업은 업황이 좋아질수록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지는 구조다. 공급을 늘릴수록 투입되는 인력도 증가해 인건비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팬데믹 기간엔 공급 축소로 인건비 요소가 부각되지 않았는데 엔데믹으로 다시 공급이 늘어나니 체감적으로 멈춰 있던 인건비 등의 비용 지출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항공업 실적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게 아니기에 뛰어오른 인건비가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여객이 호황이지만 인건비와 유류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52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하락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4.8% 떨어진 1267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다변화로 실적 상승
향후 실적을 위해선 매출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덜 부각될 것이란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사업다각화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여객에서는 신규 노선 발굴, 이외 화물이나 정비(MRO) 등의 비중을 키우는 방법이 거론된다.
항공사들은 막혀있던 중국 노선을 최근 늘리고 있다. 아시아 권역 중심으로 신규 취항지도 넓혀가고 있다. 매출에서 여객 비중이 95%에 이르렀던 LCC들은 최근 화물 운송 등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을 상쇄할 정도의 매출을 창출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