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금융계열사 재편의 일환으로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육성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이런 매각설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각설을 잠재우는데 이번 하이투자증권의 1200억원 유상증자 만한 좋은 시그널도 없다. 또 한 가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금껏 1조원 넘게 집어넣고 적잖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도 매각설의 설득력을 잃게 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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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을 재계의 위상에 걸맞는 대형 증권사로 키운다는 포부를 갖고 있던 터라 계열 편입 이후로도 하이투자증권의 자본 확충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었다.
인수 직후인 2008년 11월 484억원에 이어 2010년 9월에도 251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현재 현대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 소유지분 83.2%(2억9200만주)는 1조원이 넘는 자금 투입의 결과다. 아울러 5년만의 이번 증자에서 배정주식(신주배정비율 0.17주)만큼 추가로 자금을 집어넣게 되면 투자금액은 1조14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기대와는 달리 하이투자증권은 총자산이 5조5300억원(2014년 말 연결기준)에 자기자본은 5800억원으로 18위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업계 위상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재무실적 또한 지난해 순이익(연결 기준)이 222억원 흑자로 반전하며 최근 들어서야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4월부터 2013년까지 1년 9개월 동안에는 114억원의 순익 적자를 냈다.
이렇다보니 현대중공업그룹의 투자손실도 적지 않다. 현대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 현 소유지분에 대한 주당 평균 취득가는 3430원(액면가 500원). 반면 하이투자증권이 증자를 위해 외부평기관으로부터 넘겨받은 주당가치는 2584원. 현대미포조선이 2470억원이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6억원 등 현대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 보유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손실 처리는 이런 기업가치 하락의 결과물이다. 올 3월말 현재 장부가치는 7260억원으로 낮아진 상태다.
게다가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이후 인수합병(M&A)됐거나 앞두고 있는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매각금액 9470억원), 유안타증권(동양증권·2710억원), 현대증권(6470억원) 등에 비해 덩치나 영업경쟁력 등의 측면에서 인수 매력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마당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손해를 보고 팔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현대중공업그룹이 밑지지 않고 하이투자증권을 팔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증자만 보더라도 그룹이 금융을 핵심분야로 키운다는 의지는 뚜렷하다”며 “1조원이 넘는 가격에 사겠다는 인수자가 있으면 모를까 매각설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