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저 보수'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세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공략에 나선 KB자산운용의 전략이 제대로 통한 모습이다. 올 들어 ETF 시장 점유율을 8%대까지 끌어올리면서 '양강'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위협할 다크호스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KB자산운용의 ETF(KBSTARETF) 순자산은 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2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장 점유율이다. KB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8.2%로 작년 말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올 들어 업계 1위 삼성운용(-1.4%p)을 비롯해 NH-아문디자산운용(-1.2%p), 키움투자자산운용(-0.3%p),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이상 -0.2%p) 등의 점유율이 줄줄이 떨어진 가운데 점유율을 높인 운용사는 KB운용과 미래에셋운용(1.6%p 상승) 단 두 곳뿐이다. 과점 체제가 공고한 ETF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점유율을 높였다는 점은 특히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KB운용의 약진은 대표 상품들의 총 보수를 거의 무료 수준으로 낮추는 등 경쟁사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펼친 데 따른 것이다. KB운용은 지난달 1일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BSTAR200ETF'의 총 보수를 연 0.045%에서 연 0.017%로 내린 것을 비롯해 KBSTAR200 TotalReturn ETF와 KBSTAR미국나스닥100 ETF의 총 보수를 각각 연 0.045%에서 연 0.012%, 연 0.07%에서 연 0.021%로 인하한 바 있다.
이들 3개 상품을 통해 KB운용이 가져가는 운용 보수는 연 0.001%. 펀드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고 가정할 때 운용사 몫의 수수료는 1000만원으로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 이 같은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는 올 초 단독대표를 맡은 뒤 삼성과 미래에셋운용이 구축한 ETF 시장의 철옹성을 깨겠다고 공언한 이현승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수수료 인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KBSTAR200ETF로 1153억원이 유입된 것을 비롯해 KBSTAR200TRETF와 KBSTAR미국나스닥100ETF로 각각 862억원, 119억원이 들어오는 등 KB운용은 이들 3개 상품으로만 2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수수료 정책과 더불어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테마형 ETF를 잇달아 선보인 것도 주효했다. 'KBSTAR ESG사회책임투자ETF'와 'KBSTAR Fn수소경제테마ETF' 두 상품의 순자산이 각각 1000억원 이상씩 증가한 것을 비롯해 금리 상승과 맞물려 'KBSTAR 국고채3년 선물인버스ETF'로도 3500억원가량 유입됐다.
금정섭 KB운용 ETF전략실장은 "채권형 ETF와 액티브ETF 등을 추가로 출시해 상반기 내 시장점유율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KBSTAR Fn5G테크ETF'와 'KBSTAR 글로벌데이터센터리츠', '나스닥부동산액티브ETF' 등 KB운용만의 특색있는 테마형 ETF가 점유율 상승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