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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감자탕 끓이는 두산인프라…뿔난 주주들

  • 2021.09.03(금) 08:00

액면가 5분의1로 줄이는 액면감자
감자 후 8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지난 8월 26일 주주총회소집공고를 낸 두산인프라코어. 코로나19 감염문제 등으로 인해 전자투표제를 도입,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은 오는 9일까지 주총에 올라온 안건에 투표를 할 수 있어요.

▷관련공시: 두산인프라코어 8월 26일 주주총회 소집공고

그런데 어째 이번 주총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일부 주주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주식 종목토론방에서 주총안건에 대한 반대투표를 완료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기 때문. 

이번 주총안건은 △사내이사 선임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 △정관 일부 개정(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변경) 3가지인데요. 일부 주주들은 3개 안건 모두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어요.

두산인프라코어는 앞서 주요사항보고서라는 제목의 공시 하나를 냈는데 이것이 바로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 내용이에요. 주식의 액면가를 깎는 무상감자를 실시하겠다는 것인데 어떤 이유로 주주들의 반대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걸까요. 

▷관련공시: 두산인프라코어 8월 25일 주요사항보고서(감자결정)

두산인프라코어 감자, 어떤 품종? 

감자는 발행주식수를 줄여(주식병합)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방법이죠. 이때 기존 주주들에게 줄어드는 주식 수만큼 보상을 해주면 유상감자,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무상감자예요. 

대체로 기업이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가 좋지 않을 경우 주주들에게 대가를 주지 않고 주식을 거둬들여서 소각, 재무구조를 바로잡으려고 무상감자를 해요. 아무래도 기업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을 때 주로 무상감자를 하는 만큼 주주들 입장에서 감자공시는 달갑지 않죠.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에 액면가를 줄이는 무상감자를 하기로 했어요. 이를 '액면감액 감자'라고 해요. 액면감자를 하면 액면가만 줄고 주주들의 주식 수는 감소하지 않아요. 다만 주식수를 줄이는 감자와 마찬가지로 자본금은 줄어요. 자본금은 발행주식수×액면가이기 때문. 

주식수를 줄이는 감자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고 주주들의 주식수가 줄기 때문에 주주에게 손해예요. 하지만 액면감자는 당장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액면가를 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주들의 입장을 배려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두산인프라코어는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1000원으로 줄이는 5:1 무상감자를 하기로 결정. 감자 전 후 주식수는 그대로 7830만9228주를 유지해요. 하지만 액면가가 5분의 1로 줄면서 자본금이 5분의 1로 줄어들어요.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액면감자의 목적을 '재무구조 개선 및 주주 환원정책 기반마련'이라고 밝혔는데요.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반기보고서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는 6338억원. 자본금은 1조2610억원. 이를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을 계산하면 49.7%가 나와요. 자본총계보다 자본금이 더 큰 상황.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부분잠식, 100%이면 완전자본잠식이라고 해요. 

*참고로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자본항목 등을 모두 합쳐 자본총계라고 해요. 두산인프라는 지금 자본총계의 구성원 중 하나인 자본금이 자본총계보다 높은 상황인 것.

이런 상황에서 액면감자를 하면 줄어든 자본금액수만큼 감자차익이 발생하고 이는 자본잉여금항목으로 들어가요. 자본금은 줄고 자본잉여금이 늘면서 자본금보다 자본총계가 더 큰 정상적인 재무상태로 돌아오는 것이죠. 

두산인프라코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자본잠식에 해당하지 않지만 별도재무제표상 자본잠식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액면감자를 실시하는 것.  

두신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분할했고 사업부문만 남은 두산인프라의 재무구조가 일시적으로 왜곡(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된 부분이 발생했다"며 "이번 감자로 재무구조를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액면감자를 실시하면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은 거래가 정지되는데요. 액면감자를 끝내고 다시 거래가 재개될 때는 거래정지 직전 종가가 기준가가 되고, 이 가격을 기준으로 밑으로 50% 위로는 150%사이에서 호가를 접수받아 시초가를 정해요.

주주 환원정책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구조 개선 및 주주 환원정책 기반마련'을 위해 액면감자를 한다고 밝혔는데요. 재무구조개선은 알겠는데 주주 환원정책은 뭔지 궁금하실 거예요.

여기서 말하는 주주 환원정책은 '배당'을 뜻해요. 액면감자로 줄어든 자본금 액수만큼 감자차익이 발생하고 이 금액이 자본잉여금으로 들어간다고 했는데요. '상법 제461조의 2'에 따르면 자본금의 150%를 초과하는 자본잉여금을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재원으로 쓸 수 있어요. 

액면감자 후 감자차익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려 배당재원으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에는 쌍용씨앤이(옛 쌍용양회공업)이 있어요. 지난해 9월 '[공시줍줍]주주에게 호재인 감자도 있다!(feat.쌍용양회)'기사를 보면 쌍용씨앤이는 당시 액면가를 1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이고 감자차익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려 추후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어요.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감자사유에 주주 환원정책 기반마련이라는 언급을 함으로써 감자차익을 추후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죠. 

다만 두산인프라코어가 감자차익을 바로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려워 보여요. 왜냐. 첫 번째, 단순히 쌍용이앤이처럼 배당재원 확보를 위해 액면감자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 두 번째는 액면감자결정 공시와 함께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죠. 

주주 환원정책이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은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 언급에서도 드러나요.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당장은 재무구조개선 등 우선적으로 해야 할 조치는 먼저 한 뒤 향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배당으로 주주환원정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주주 격노 포인트는?

일부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이 이번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주주 환원정책과는 거리가 먼 액면감자 실시, 그리고 대규모 유상증자계획 때문이에요. 

▷관련공시: 두산인프라코어 8월 25일 수시공시 의무관련 사항(공정공시)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두산인프라코어는 수시공시 의무관련사항을 통해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2일 두산인프라코어 주가(1만1900원) 기준으로 8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무려 6800만여주의 신주를 찍어야 해요.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재 발행주식수가 7800만여주니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죠.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약 9000억원)에 버금가는 규모. 

더군다나 실제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은 주가보다 낮기 때문에 찍어야 하는 신주는 더 늘어날 수 있어요. 

유상증자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기존 주주에게 새로 찍어내는 주식을 팔고 남는 것을 일반투자자에게 팔겠다는 건데요. 기존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라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대규모 신주발행으로 주식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보통 감자를 하면 악재로 인식해 주가가 떨어지는데 시가총액에 버금가는 8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까지 연달아 발표하면서 기존 주주들이 분노게이지가 급상승한 것이죠. 두산인프라코어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453%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개선,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지분 취득 등에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소액주주 비율은 37.39%. 최대주주인 현대제뉴인은 29.94%를 들고 있어요. 무상감자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에요. 발행 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요. 만약 소액주주의 상당수가 반대표에 힘을 싣는다면 무상감자 안건은 주총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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