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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수수료 쟁점]㊤전세입자는 서럽다

  • 2014.10.24(금) 10:24

14년전 중개보수체계 현실과 안 맞아
중개사협회 “정부안은 중개업 현실 무시한 것”

#A씨는 작년 9월 전세계약을 했다. 2억8000만원이던 집이 3억3000만원으로 5000만원 올랐다. 특히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기존 84만원(0.3%)에서 264만원(0.8%)으로 3배 이상 올라 이중고를 겪었다. 3억원 이상 전세거래의 경우 상한요율이 0.8%이기 때문이다. 지방출신 대학생 B씨는 주거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전세 1억원에 계약, 중개수수료로 70만원을 냈다. 공인중개사가 90만원(0.9%)을 요구했지만 사정해 겨우 깎았다. 반면 같은 가격에 아파트 전세 계약(0.3%)을 한 친구들은 중개수수료로 30만원만 냈다. B씨는 중개수수료 체계가 부당하다고 느꼈다.

 

#C씨는 2년 전 서울에서 중개업소 사무실을 열었다. 초기에만 사무실 임차 보증금 2900만원, 권리금 3400만원, 각종 시설비 1200여 만원 등 75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작년에 함께 일할 중개사 1명을 고용한 결과, 인건비 광고비 전화요금 등 1년 운영비만 93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작년 매출액은 1950만원에 그쳤다. C씨는 올해도 한달에 평균 1건 정도 거래해 앉아서 돈을 까먹고 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현행 체계가 2000년에 마련된 것이어서 그 동안의 주택 및 전월세 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형평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가격의 급등으로 전세거래 중개수수료가 매매를 뛰어넘는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공인중개사들 간의 의견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 쟁점은 '3억원 이상 전세' '주거용 오피스텔'

 

논란이 되고 있는 부문은 3억원 이상 전세 거래다. 현행 보수체계에선 상한 요율인 0.8% 이내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이 협의해 정하도록 돼 있다. 전세가격이 3억원인 주택을 거래할 때 상한인 0.8%를 적용하면 중개수수료는 240만원이다.

 

같은 가격의 주택을 매매할 때는 중개수수료가 120만원으로 전세의 절반 수준이다.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의 수수료율인 0.4%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쟁점은 주거용 오피스텔의 중개수수료 현실화다. 오피스텔은 지난 2000년 4만6398실에서 작년 기준 42만9746실로 급증했다. 이 중 87%가 주거용 혹은 주거·업무 겸용이다.

 

지난 2010년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거용으로 사용 가능한 오피스텔은 ‘준주택’에 포함됐다. 2012년에는 ‘임대주택 시행령’ 개정으로 주방과 화장실 등을 갖춘 전용면적 85㎡ 이하 오피스텔은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했다.

 

현재 오피스텔은 주택 이외의 거래 목록에 포함, 토지 및 상가 등과 같은 요율(거래금액의 최대 0.9% 이내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자가 협의)을 적용받는다.

 

작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당시 권익위원회는 임대주택법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에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주택 중개수수료’가 적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이 개선되지 않아 오피스텔 입주자는 일반 주택 거래자보다 높은 중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 정부 ‘소비자 권익’ vs 중개사협회 ‘생존 문제’

 

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개선하려는 것은 집값이 오르면서 3억원 이상 전세, 6억원 이상 매매 거래 비중이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2000년에는 전세 3억원, 매매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여겨 높은 상한요율을 적용했다.

 

작년 수도권 기준 매매 6억원 이상 비율은 10.7%로 2000년에 비해 8.6%포인트 증가했다. 3억원 이상 전세주택 역시 2000년 0.8%에서 작년 12.2%로 급증한 상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연소득 대비 중개보수 비율은 2000년 0.17%에서 작년 0.32%로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가구당 소득은 2.1% 늘어난데 반해 가구당 중개보수는 7.0% 증가했다.

 

 

다른 한편에선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개업소의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중개업소는 2000년 4만5845개에서 지난해 8만2214개로 79.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개업소 당 주택거래건수는 연 21건에서 14.6건으로 30.6% 감소했다. 중개업소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더해진 탓이다.

 

또 3억원 이상의 전세와 6억원 이상의 주택 매매 시 각각 0.8%, 0.9%의 상한요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중개업자들은 고가주택 구간의 주택 거래 시 매매는 평균 보수요율 0.61%, 임대차는 0.55%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인중개사 설문조사 결과)

 

현 상황에서 중개보수요율을 낮추면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전호철 중개사협회 이사는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기 때문에 현행 중개보수 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중개업소가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건도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요율을 낮추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선 방안은 규제를 완화 혹은 철폐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반대되는 것으로,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향후 일정은

 

국토교통부는 23일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모인 공인중개사들이 공청회장을 점거하면서 공청회가 열리지 못했다. 국토부는 서면으로 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해 이달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 각 지자체에 통지할 예정이다.

 

법령 개정은 내달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개정 절차가 완료된 후,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국토연구원은 23일 부동산 중개보수 개선방안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공청회에 참석한 공인중개사들이 정부 안에 강력히 반대해 공청회가 중단됐다.

 

중개사협회는 반발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는 그 동안 정부에 전달했던 협회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이번 국토연구원 용역결과는 수용할 수 없고, 국토부에 우리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며 “하지만 국토부가 정부 안을 강행한다면 동맹휴업이나 집회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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