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이 심각하다. 주택 공급은 계속되고 있는데 사는 사람이 없다. 지역도 불문이다. 지방에서는 5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도 빈집이 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집값도 계속 떨어지면서 미분양 주택의 주인 찾기는 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미분양 주택 숫자가 야금야금 늘어날 경우 집값 하락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신규 분양 시장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소화 안 되는 미분양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9583가구로 집계됐다. 전달에 비해서는 2.7% 증가했다. 지난해 4월(6만313가구)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지방이 급랭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도권은 나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분양에 있어서는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4월 수도권 미분양은 1만361가구로 전달보다 19% 증가했다. 지방은 4만9222가구로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에서는 미분양이 47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공급과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천을 비롯해 경기도의 화성 동탄2신도시, 김포와 평택, 안성 등에서 미분양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심각하다. 1만2683가구로 전달보다 5.8% 늘었을 뿐 아니라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32.3% 급증했다.
이처럼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전국적으로 주택공급 과잉이 계속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4월 일시적으로 수도권 미분양이 증가한 것은 특정 시기에 수도권 분양이 집중됐고 이를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또 전체적으로 미분양 물량중 지방 비중이 큰데 분양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소화 여력이 없다
전국에 미분양 주택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미분양 주택을 시장에서 소화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할인 분양 등을 통해 주변 집값을 왜곡시킬 수 있고, 이는 전체적으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미분양 물량 소화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집값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4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0.05% 하락했다. 수도권은 0.01%, 지방은 0.09% 떨어졌다.
미분양 단지의 경우 입지적 평가가 낮은 단지가 많은 까닭에 집값 하락세의 영향이 크고 이전의 집값을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실수요자들이 미분양 주택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다.
여기에 주택 공급도 계속되고 있다. 올 4월 공사를 시작한 주택은 전국 4만3264가구로 전년 동기대비 28.2% 증가했고 분양 승인 물량도 2만5229가구로 82.9% 늘었다.
올 4월까지 누적 분양실적 역시 9만2000여 가구로 지난 5년 평균 물량(8만5000가구)보다 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이은 부동산 정책 발표 영향으로 분양 일정을 미뤘던 건설사들이 올들어 앞다퉈 분양 물량을 소화하고 있어서다.
이 중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청약자들이 몰리는 반면 저평가 지역은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 미분양 물량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에는 수요자가 많지 않은 대형 평형 중심으로 미분양이 발생했다면 최근 들어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이하의 주택에서도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택 공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계획됐던 분양 물량이 공급된다면 올 연말까지 미분양 주택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