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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참사 피했지만…오영식 사장 거취 논란 불가피

  • 2018.12.10(월) 17:09

'잘못 연결된 전선' 부실시공 가능성에 관리부실 논란까지
사고 빈발, 오영식 코레일 사장 낙하산 전문성 '도마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을 공공철도의 사명으로 여기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철도 운영에 힘쓰겠습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에 나온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인사말 머릿글이다. 이같은 글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한달새 코레일의 열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KTX 강릉선 탈선사고는 사고 발생 사흘만인 오늘(10일) 오전 강릉~서울구간 열차 운행을 재개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빈발하는 사고에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강릉선 탈선사고는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코레일은 물론이고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관계기관에 대한 비판 여론 또한 거세다.

 

정치인 출신의 비전문가인 오영식 코레일 사장에 대한 낙하산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 사고현장을 방문한 김현미 장관, 오영식 사장 등이 문제가 된 선로전환기를 바라보고 있다(사진=국토부)


◇ 애초 부실시공 vs 1년간 왜 몰랐나

지난 8일 오전 7시35분께 강릉발 서울행 KTX 열차가 강릉역 5㎞지점에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해당 지점의 선로전환기의 문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발생 지점 인근엔 선로전환기가 두대 설치돼 있다. 서울방향 '21B(이하 B)'선로와 차량기지방향의 '21A(이하 A)' 선로에 각각 설치돼 있다. 각각의 기기엔 문제가 생겼을 때 신호를 보내주는 알람 기능이 있는데 사고발생 직전에 A에서 알람이 울렸다.

강릉역 소속의 코레일 직원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A에 있는 기기와 선로를 확인했지만 정상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강릉발 KTX열차가 B 선로로 들어서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직원 역시 이 사고로 부상을 입고 진료중이다. 

결과적으로 B 선로에 문제가 생겼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B의 선로전환기에서 알람이 울려야 하는데 엉뚱한 A 선로에서 알람이 울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알람을 주는 회선이 반대로 꽂혀 있었다는 얘기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 4월과 9월에 각각 공단에서 설치한 선로전환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부실시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단 관계자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22일 개통이후 현재까지 아무일이 없다가 갑자기 사고가 불거진데 있다. 코레일 측은 "그동안엔 해당 선로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알람이 울릴 일이 없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회로 확인도 2년에 한번씩 하는데 현재까지 그 기간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코레일 측의 주장대로 설령 기기 자체의 문제였고 공단의 부실시공에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코레일 역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이처럼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을 유지보수 책임이 있는 코레일 측에서 지난 1년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코레일과 공단이 맺은) 계약내용이나 인수 조건 등을 봐야 한다"면서도 "하다못해 차를 한대 사도 인수할 때 이상유무를 체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일(9일) 사고 현장을 찾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선이 잘못 연결된 것이라면 어떻게 이런 착오가 발생했는지 국민들이 분노할 일"이라며 격분했다. 김 장관은 "결국 현장에서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고, 코레일과 공단의 철저하지 못한 업무태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해당 코레일 직원이 오류를 확인했던 과정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고 발생까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 10일 오전 KTX열차 역사 전경

 

빈발하는 사고, 오영식 사장 '전문성' 도마위


더욱 큰 문제는 크고작은 열차사고가 빈발하지만 개선은 커녕 대형사고로까지 이어질뻔한 아찔한 상황만 되풀이되는데 있다.

특히 지난 11월말부터 철도사고가 이어지면서 불과 나흘 전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에 방문해 사고 재발 방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국회에서 두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고 국토부도 코레일의 사고발생과 사고대처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실제 최근 3주 동안 이같은 사고는 11건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20일엔 경남진주발 서울행 KTX열차의 전기공급이 끊겨 충북 청주시 오송역에서 멈춘 일도 있었다.

코레일은 지난달 23일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결국 보여주기용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한 형국이다. 화살은 자연스레 오영식 코레일 사장에게로 향하는 분위기다. 국회의원 출신으로 철도경력과 무관한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사장 선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오 사장은 사고발생 당일 브리핑에서 사고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선로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오늘 사고는 기온 급강하에 따라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은 사고 이후 내내 구설에 오르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오 사장에 대한 비판여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같은 논란이 커지면서 오 사장이 지난 2월 취임직후 강하게 밀어부쳤던 SR과의 통합추진 역시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토부는 코레일과 SR통합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당초 연말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내년 3월말께로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코레일이 다양한 이해가 엇갈리고 철도체계의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이같은 대형 이슈를 이끌어가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공성 강화와 국민편익 증대라는 통합 명분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오영식 사장의 경질론이 거론되고 있다. 2달후쯤 나올 것으로 보이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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