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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월세 전환…부작용인가 대세인가

  • 2020.08.14(금) 13:46

다주택자 규제, 전세 감소 전망…임대차3법도 영향
전월세 전환율 하향‧임대료 지원 등 보완책 고민해야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5년여 만에 또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전세난은 저금리와 집값의 하향 안정화로 집주인(임대인)들이 더 많은 임대수익을 거두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반면 최근 현상은 임대차보호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 시행 등 정책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초저금리 시대가 유지되고 있고,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한 만큼 전세의 월세전환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전세가 소멸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전보다 전세 거주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만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집값이냐 전세냐

세입자들은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를 선호한다. 한국감정원이 약 2년 전 분석한 결과에서 전세는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10~15%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게 매달 월세를 내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적은 상황이다. 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월세시대, 주거비용 확 커진다

이런 이유로 전세의 월세 전환은 임대차 시장 불안을 야기한다. 세입자들은 전세를 원하는 반면 전셋집은 줄면서 '수요-공급'이 무너지는 까닭이다.

이같은 상황은 약 5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기준 금리는 2% 초반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고, 집값도 제자리걸음이었다. 전세를 놓는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을 통한 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이자도 낮아 몇 억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수익 창출도 쉽지 않았다.

결국 임대인들은 전세를 월세 혹은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매달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선호, 이로 인해 전세난이 가속화됐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잘 오르지 않자 전세 레버리지 효과가 낮아 월세를 받는 임대인들이 늘었다"라며 "이로 인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가격 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이 가능해지자 적은 돈으로도 집을 매입하려는 이른바 갭투자(전세끼고 주택 매입)가 활발해졌고, 이로 인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는 전세 공급이 다시 활발해졌다. 특히 3~4년 전 분양했던 단지들의 입주시기가 도래하면서 작년 초만 해도 오히려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갭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전세시장은 안정됐지만 이로 인해 매매시장이 과열됐다. 이에 정부는 다주택자를 필두로 한 갭투자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각종 규제 장벽을 세운 상황이다.

금리는 5년 전보다 더 낮아진 상황에서 갭투자가 어려워지고, 정부 의지대로 집값이 하향 안정화된다면 과거처럼 임대인들은 다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으로 당분간 전세보증금을 올리지 못하는 임대인들이 서둘러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최근 전세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다주택자 등이 집을 사서 전셋집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가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전세제도를 유지하려면 적정한 시세차익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다주택 투기세력을 규제하면서 전세제도의 소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월세시대, 어떻게 준비할까

임대인들이 전세를 활용한 주택 매입의 길이 막히고, 임대차3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당분간 전세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세입자들이 최소 2년 이상 기존 집에서 더 살 수 있게 되면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전세 매물이 사라져 공급이 위축된 상황이다.

실제 전세가격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7%,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0.18%와 0.14% 상승했다. 다만 전주보다 상승폭은 줄었다.

여기에 기존 전세보증금에 전세가격이 오른 만큼을 월세로 전환하는 이른바 반전세(보증부월세)가 늘면서 순수 전셋집은 더욱 귀해진 상황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반전세 역시 월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전세제도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겠지만 이전보다 월세 비중이 확대되는 것은 막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지 않도록 지원책을 만들 필요가 커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저금리를 활용한 갭투자가 많았고, 최근 전세 관련 주택담보대출도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며 "전세 자체가 소멸되기보다는 반전세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거나 민간 임대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특정 계층 이하만 지원하던 주택 바우처를 연령대별이나 가구원 소득 등 유형에 따라 다양화해 지원하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월세도 외국보다 보증금이 많은데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 대신 보증 보험료를 저렴하게 받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또 월세 세액공제를 통한 혜택도 월세로 인해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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