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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R공포]②'묻지 마 청약' 옛말…미분양 냉기류 확산

  • 2022.07.14(목) 07:50

서울도 미분양 급증…할인 분양 등장
집값 고점 인식…분양가 등 따져 '선별 청약'
청약 당첨돼도 부담…미계약·미입주 확산 우려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분양시장에도 찬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청약 불패'라던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고, 할인 분양에 나서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대출 규제에 더해 사상 첫 한국은행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묻지 마 청약'은 옛말이 된 분위기다.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고 경제 위기(Recession)가 올 수 있다는 걱정까지 더해지며 청약 자체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든 분위기다. 청약에 당첨된 뒤에 계약을 포기하거나 입주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청약 시장은 전체 주택 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만큼 국내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서울 청약 불패' 옛말…미분양 늘고 할인 분양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서울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미분양 아파트가 688가구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지난 2019년 3월(770가구) 이후 최대치다. 서울 미분양 주택 규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월 50건에도 못 미쳤는데, 3월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자 급기야 분양가를 낮춰 분양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는 총 216가구 물량 중 190여 가구 미분양이 발생했고, 세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물량을 소진하지 못해 급기야 할인 분양에 나서야 했다.

이밖에 도봉구 '창동 다우아트리체'의 경우 지난 5월 진행한 청약 접수에서 특별공급과 1순위가 모두 마감됐지만 미계약이 대거 발생하면서 무순위청약을 진행했다. 이 단지를 포함해 서울에서 올해 상반기 분양을 실시한 9개 단지 중 6곳이 최초 청약에서 '완판'에 실패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청약 시장 인기가 사그라든 건 대출 규제에 더해 금리 인상과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 등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긴축 움직임이 빨라진 데다가 한국은행도 이미 빅스텝을 예고해왔다.

당첨도 부담…입주 경기 전망도 악화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분양시장에 냉기류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질 전망인 데다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지난달 발표한 전국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70.9로 전월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93.0으로 전월보다 12.0포인트 떨어졌다.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분양시장 전망을 조사해 집계한 지표다. 기준선은 100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한 단지의 청약 물량을 3~6개월간 소진하겠는 목표로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1~2년 정도 길게 보고 마케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청약에 당첨됐지만 이자 부담 등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주산연 입주경기실사지수(HOSI)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입주율은 8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입주 사유로는 '세입자 미확보'가 35.2%로 가장 많았고 '기존 주택매각 지연'(31.5%), '잔금대출 미확보'(29.6%) 등이 뒤를 이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가면 잔금대출 등에 대한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경우 실거주의무 때문에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도 쉽지 않아 입주에 대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경기침체 또한 가시화할 경우 미입주 사태가 확산하는 등의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아파트 '선당후곰이'들은 어떻게 됐을까?(7월 8일)

특히 6월 입주전망지수의 경우 72.6으로 전달(85.4)보다 12.8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입주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서현승 주산연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발 금리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주택 비용 부담 증가로 주택 수요자들의 실제 구매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그간 서울 분양 시장의 분위기가 '묻지 마 청약'이었다면, 이제는 저렴한 분양가나 입지, 세대수 등을 따지는 '선별 청약'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대부분이 자산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집값 고점 인식이 커지면서 분양 시장의 열기가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집값이 조정된 이후에 집을 사는 게 부담이 덜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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