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기본 역할은 국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지만,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다자녀 가구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거나,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한해 비과세나 감면 등 세금을 깎아주는 규모는 30조원으로 연간 총 세수입의 15%에 달한다.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제도만 없애도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원 발굴보다 더 간단하게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 26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조세지출 기본 계획안을 의결했다. 각종 특례로 빠져나가고 있는 세금 15조원을 국가 재원으로 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다졌다.
◇ 야심찬 정비 계획
기획재정부는 올해 2조원의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매년 최대 6조원씩 없앤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몰이 도래하는 제도는 반드시 폐지한다는 방침 아래 관행적인 일몰 설정도 지양하기로 했다.
비과세·감면을 줄이기 위한 고민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올해처럼 구체적 목표 수치를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강력한 제도 정비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연간 2조원 가까운 세금 혜택을 주던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경기 진작을 위해 한시적으로 1년 정도의 일몰을 설정해놓고, 관행적으로 수십년간 연장하면서 제도의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춰진 세원 노출을 위해 시작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도 이미 상당부분 정책 목적을 달성했다는 분석이 많다. 연간 1조5000억원의 세금을 쏟아붓는 만큼, 제도를 정비할 경우 세수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국회 발목 벗어나야
정부의 큰소리는 매년 되풀이됐지만 번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혔다. 막상 세금 혜택을 받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표심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합의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세금을 지원하는 법안은 쏟아져 나오고, 일몰이 도래한 제도의 기한을 연장하는 관행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비과세·감면 정비에 대해 과거보다 깊이 있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회와 정부도 각계의 앓는 소리에 굴하지 않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