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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봐주기, STX 뇌물'..국세청 고위직 또 연루?

  • 2014.08.18(월) 16:10

임환수 국세청장 청문회..고위직 비리 의혹 제기
한상률 前청장 배후 의혹..이전환 前차장은 STX 연루설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톱스타 S양' 봐주기 논란, 갑자기 물러난 이전환 국세청 차장의 비리연루 의혹 등이 임 후보자의 뒤통수를 쳤다. 국세청 최고위직들이 연예인과 대기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봐주거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초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은 것이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 고위직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제보를 공개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톱스타 송모씨의 탈세 사실을 국세청이 적발하고도 세무조사를 5년치가 아닌 3년치로 축소했다고 폭로했다. 송씨의 세무대리를 담당한 회계법인 대표 김모씨의 배후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2007년11월~2009년1월)이 연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지난 6월말 돌연 사표를 제출한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은 대기업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 전 차장이 STX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문제돼 물러나는 과정에서 이를 명예퇴직으로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고위직의 고질적 병폐에 대해 임 후보자는 "국세청 위기가 항상 고위직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명심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톱스타 세무조사 봐주기(feat.한상률)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로 국세청장을 준비해온 임환수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도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임 후보자에 대해 "역대 3명의 국세청장(추경석·임채주·이건춘)의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일찌감치 청장학을 공부할 기회와 교훈을 얻었다"며 "국세청의 정점에 오를 자기관리가 있었고, 비판 여론도 없는 편"이라고 추켜세웠다.

 

야당 의원들이 국세청의 불성실한 자료제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자 임 후보자는 "개별 과세자의 정보가 식별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답하며 일단락됐다. 임 후보자는 일부 의원들의 따끔한 지적에도 솔직 담백한 답변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매끄럽게 진행되던 인사청문회는 돌연 '톱스타 S양' 문제로 술렁였다. 박범계 의원은 "국세청이 톱스타 송모양에 대해 세무조사를 건성으로 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며 "2009년 이후 25억원을 영수증 없이 무증빙 신고했는데, 서울지방국세청은 5년의 신고분을 3년으로 숨겨줬다"고 지적했다. 현직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조사1국장과 조사4국장을 지낸 임 후보자의 책임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박 의원은 송모씨의 세무조사 봐주기 의혹에 한상률 전 청장이 연루돼 있다는 제보 내용도 소개했다. 송모씨의 세무대리인이었던 공인회계사 김모씨가 한 전 청장의 무죄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공언하며 위세를 과시했다는 주장이다. 한 전 청장의 금품로비 당시 대기업으로부터 자문료를 받은 신모 사무관은 국세청 퇴직 후 김 회계사가 대표로 재직중인 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톱스타의 세무대리인과 전직 국세청장이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송모양의 세무조사를 대충 하게된 배경을 살펴보면, 그분(한상률 전 청장)이 아직도 힘이 있는 것 같다"며 "철저하게 조사할 의지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임 후보자는 "세금추징은 이미 완료됐고, 담당 세무공무원이 징계 심의위원회에 올라가 있다"며 "법적 권한이 있는지부터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 STX 뇌물받고 명예퇴직(feat.이전환)

 

지난 6월 후배를 위한 용퇴한다며 물러난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의 명예퇴직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박원석 의원은 "이 전 차장이 사표 제출 당시 후배들에게 길을 터준다고 했는데, 사실은 STX그룹에서 뇌물을 받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사임했다"며 "개인의 비리를 아름다운 명예퇴직으로 사실과 다르게 포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TX그룹은 국세청 고위직들과 악연이 깊다. 임 후보자의 선배였던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1000만원의 뇌물을 건네면서 지난해 '자진 사퇴'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송 전 청장에 이어 이 전 차장까지 뇌물수수로 얼룩지면 임 후보자뿐만 아니라 국세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에 국세청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임 후보자는 이 전 차장의 비리 여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명예퇴직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명퇴를 할 때는 유관기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고 진행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요원들의 세무비리 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은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청 조사1국3과7팀 팀원들이 3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며 "당시 서울청 조사1국장과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내면서 책임을 졌나"고 물었다.

 

임 후보자는 "당시 조사국장이었기 때문에 백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국세청장으로부터 경고 조치도 받았다"며 "국세청 간부 중에는 조사분야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개선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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