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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왜 현대모비스 등급을 깎았나

  • 2015.10.26(월) 18:07

지급보증 수수료 세무조사로 360억원 추징
법원은 '과세 위법' 판결..세금환급 가능성

현대모비스가 해외 자회사의 지급보증 문제로 360여억원의 세금을 추징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현대모비스 자회사들의 신용등급에 의심을 품고, 세무조사까지 나섰다. 신용등급이 낮은 자회사들이 모회사의 보증을 등에 업고, 대출이자를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자회사들은 이자를 줄인만큼 현대모비스에 지급보증 수수료를 내야하는데, 이 조차 너무 적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자회사들의 등급을 재평가했고, 이전보다 훨씬 낮은 신용등급을 매겨 수수료 세금을 더 받아냈다.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추징 당한 기업들은 100여곳이 넘는데, 최근 세금을 돌려받을 길이 열리고 있다.

 

▲ 출처: 국세청

 

◇ 어긋난 보증 수수료율

 

27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2012년 2월 현대모비스가 중국, 인도, 독일 등 13개 현지 자회사로부터 지급보증 수수료를 적게 받았다며 12억원(2006사업연도)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현대모비스는 차입금의 0.15%를 지급보증 수수료로 받아왔지만, 국세청이 제시한 정상 수수료율은 최대 2.72%였다. 현대모비스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국세청은 2012년 말 세무조사에 나서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 352억원(2007~2011사업연도)을 추가로 통보했다.

 

국세청과 현대모비스가 판단한 지급보증 수수료가 2% 넘게 차이를 보인데다, 과세연도가 늘어나면서 세금이 수백억원 단위로 불어난 것이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세금 추징액은 지급보증 문제로 얽혀있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 신평사는 A+, 국세청은 B

 

다급해진 현대모비스는 NICE신용평가에 자회사들의 평가를 맡겼다. 원래 현대모비스 본사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맡아왔는데, 보다 객관적으로 자회사들의 등급을 따져보기 위해 제3의 기관에 평가를 의뢰한 것이다. 

 

실제로 NICE신용평가에서 매긴 현대모비스 자회사들의 등급은 국세청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NICE에선 21단계 등급 중에서 상위 5~6단계인 A+나 A로 평가했는데, 국세청은 B등급으로 10단계나 떨어뜨리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베이징(Beijing Hyundai Mobis Automotive Parts Co.)의 경우 NICE는 국내 모회사인 현대모비스와 똑같은 AA- 등급으로 매겼지만, 국세청은 BBB+로 낮게 평가했다.

 

현대모비스의 자회사들의 채무상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모회사의 지급보증에 대한 의존도가 무겁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신용평가사가 비교적 우량하게 평가한 자회사도 국세청은 부실 회사로 취급했다. 국세청의 보수적인 신용평가 기준에 따라 현대모비스 자회사들은 낮은 신용등급과 높은 수수료율을 평가받고, 거액의 세금까지 부담했다.

 

반면 현대모비스 측은 국세청이 실제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준을 무시하고 '주먹구구' 식 기준을 적용해 과세에 나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도입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해외 과세당국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조세 분쟁'만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 출처: 조세심판원

 

◇ "원래 0.1%면 충분한데"

 

국세청과 지급보증 문제로 공방을 벌이던 현대모비스는 2013년 말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해 10월 해외 현지법인(MAL)이 차입할 때 기존 현대모비스의 보증을 받다가 무보증으로 전환한 내용이었다.

 

당시 해외 현지법인은 일본 미즈호은행에서 5000만 달러를 빌렸는데, 보증을 무보증으로 바꾸면 0.1%를 더 부담한다는 계약서를 제출했다. 즉 깐깐한 현지 은행에서도 지급보증 이자를 0.1%만 더 받으면 된다고 하는데, 유독 국세청에서는 현대모비스와 자회사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이 제시한 증거의 요지다.  

 

2014년 초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다시 세금을 계산하라는 '재조사' 결정을 내렸지만, 최근 분위기는 현대모비스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이 국세청의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해 '과세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이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와 현대엔지니어링도 각각 214억원과 79억원의 과세 취소 판결을 받았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모형에 의해 과세한다는 논리는 애초부터 모험이었고, 법원 단계에서도 뒤집힐 가능성이 높았다"며 "1심에서 인용 판결이 내려진 만큼, 지급보증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줄소송과 승소 판결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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