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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금의 세무처리

  • 2018.04.18(수) 08:00

[세무칼럼]김경조 삼정회계법인 조세본부 부장

2017년 3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을 담은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의 3배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그 골자이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4월 19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사실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법률에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처음으로 명시되었고, 이후 다양한 법률로 그 입법의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손해배상금은 지급한 기업의 입장에서 손실이자 비용에 해당한다. 그런데 세법에서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손해배상금이 법인세법상 비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법상 비용요건, 즉, 손금(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 익금의 반대)요건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해보면 된다. 

법인세법은 자본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법률에서 특별히 손금이 아니라고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업관련성·통상성·수익관련성 등의 요건을 갖춘 비용에 대해 손금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수익관련성 요건이 사업관련성·통상성 등의 요건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입장이 갈리면서도 대체로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비용에 해당한다면 손금인정을 부인해야 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대해, 위의 손금요건 중 통상성 요건과 결부시켜 손금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통상성을 갖춘 비용이란 같은 종류의 사업을 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에서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하는데, 대법원은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여기에서 제외된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인세법은 그동안 징벌적 손해배상금의 손금여부에 대해 법률에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았다.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징벌적 손해배상금의 손금여부는 결국 통상성 등의 일반요건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할텐데 실무상 납세의무자가 통상성 등의 요건을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따라 몇 해 전부터 내국법인이 가격담합 행위로 미국 독점금지법을 위반해 구매자집단에게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해당 손해배상금이 손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2016년 6월 기획재정부가 유권해석(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623)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담합행위 이후 이뤄지는 민사상의 대응행위를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민사합의금은 사회질서를 위반하여 지출하는 비용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요컨대 해당 민사합의금은 손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사회질서라는 개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과세관청과 법원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상당히 높은 개념이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금에는 실질적 손해를 보전하는 성격 외에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 그리고 장래 유사한 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재적 성격이 복합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만큼, 실제 손해액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적인 방법을 통해 다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됐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명확한 규정 도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2017년 12월, 손금인정 합리화라는 취지로 징벌적 손해배상금의 손금여부에 관한 명문규정을 마련했다. 

먼저 우리나라 법률에 입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하여 실제 발생한 손해액에 대해서는 손금으로 처리하되, 이를 초과하는 배상금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외국의 법령에 따라 지급한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법률에 입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마찬가지로 실제 발생한 손해액만을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위의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액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지급한 손해배상금의 2/3에 상당하는 금액을 손금에 산입하지 않도록 단서를 뒀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통상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금이 결정되는 만큼, 실손해액을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경우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이 규정은 2018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그 전에 확정된 징벌적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는 종전의 기획재정부 입장과 법률상의 손금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금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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