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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빴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100일

  • 2023.06.30(금) 06:10

금융당국 관계 개선·우리금융 체질 변화 앞장
비은행 계열사 강화·리스크 관리능력 보여줘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7월 1일 취임 100일째를 맞이한다. 

임종룡 회장은 취임 100일간 전임 회장과 금융당국의 소원해진 관계로 어수선해진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지나치게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관치금융'에 길들여지는 모습이라는 평가도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그래픽=비즈워치

소원했던 금융당국-우리금융, 관계 개선한 임종룡

임종룡 회장 취임 전 우리금융지주와 금융당국과의 관계는 매우 좋지 않았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전임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은 직접적으로 반대의 의견을 제시했고 손 전 회장은 연임에 대한 의지를 좀처럼 꺾지 않았다.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당국과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것은 회사에게는 부담이다. 당장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규제 리스크가 더해져 회사의 주가가 빠질 정도다. 

결국 손태승 전임 회장이 연임에 포기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임종룡 회장은 즉각 금융당국과의 관계계선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에게 '이자장사'를 한다는 지적에 더해 소상공인 등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자 임 회장이 직접 나서 화답했다. 임기 시작 일주일만에 상생금융 3대 원칙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전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고 소상공인에게 5000억원의 긴급 대출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임종룡 회장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이 있으면 우리금융지주가 먼저 나서도록 유도하면서 금융당국과 우리금융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지주와 가장 날을 세웠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관계가 특히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의 주문에 지나칠 정도로 답을 내놓다 보니 '관치금융'이 짙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교사…우리금융 체질 개선 

임 회장이 취임 직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조직 대수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했던 금융사고 재발을 위해 조직 전체를 뜯어고친 것이다. 이는 임 회장의 취임일성이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임 회장의 취임 전인 3월초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취임 전이었으나 그의 의지가 반영된 조직개편이었다는게 당시 우리금융지주 설명이다.

당시 임 회장은 계열사의 경영 자율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위해 '기업문화혁신TF'를 발족시켜 주요 임원들이 모두 참여하도록 했다. 이같은 조직개편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매우 긍정적'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관련기사 : 우리금융에 '메스'댄 임종룡…조직 싹 바꿨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의 CEO를 대거 교체한 것도 조직개편과 맥락을 함께 한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을 이끌게 됨과 동시에 8개에 달하는 계열사의 CEO를 한 번에 교체했다. 조직과 경영 안정성을 위해 일부 CEO들의 임기는 보장해 줄 것이란 것과는 다른 파격적인 인사였다.

화룡정점은 우리은행장의 교체였다. 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전임 손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임기 종료 이전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하자 우리금융은 즉각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은행장은 지주에 설치된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서 회의만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임 회장은 심사숙고해 가장 적절한 인물을 선발하겠다는 이례적인 방침을 내걸었다. 이 과정은 △전문가 심층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지주는 차기 행장으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내정했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은 내외부에서 검증된 은행장을 세우면서 그간 구 상업은행과 구 한일은행 출신으로 분류되는 '파벌싸움'을 종식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관련기사 : 우리금융 '은행장 선출, 60일 프로젝트'…그 성과와 과제

앞으로의 과제 

취임 초기 임 회장이 조직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룹의 장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할 시기라는 평가다.

당장 요구되는 점은 우리금융의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숙원사업인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다. 우리금융은 그간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등을 인수하며 비은행 계열사를 키우긴 했지만 여전히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전체 순익중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순익 비중이 80%가량에 달한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60%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임 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보험사와 증권사처럼 캐시카우 역할을 해 줄 핵심 비은행 계열사 강화가 꼽히는 이유다. 일단 우리금융지주는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중 중소형 증권사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불확실성이 확대된 금융시장에서 기존 계열사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그간 코로나19,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등으로 인해 경기가 나빠졌지만 은행 계열 금융지주 회사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역대급 성적표를 써왔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그동안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이 부메랑으로 다가온다. 전 금융권에서 코로나19와 3고 현상 당시 취급했던 대출채권이 부실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주 계열사의 리스크를 관리하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숫자'로 보여줘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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