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토지보상 그늘]④25조 보상금, 불쏘시개?

  • 2018.11.16(금) 09:46

3기 신도시 등 잇단 공급정책으로 보상금 급증
판교신도시처럼 인근 땅값 자극할 우려 제기
부동산 조정기, 심리 위축에 '불안요소'수준 전망도

'판교신도시 토지 보상금 2조4천억(2003.12.22)
'토지보상금 풀리며 판교 인근 땅값 급등(2004.1.5)
'판교보상금 효과, 여주 이천 땅값 뛴다(2004.2.12)


2004년 전후로 2기 신도시인 판교신도시 토지보상금이 대거 풀리면서 수도권 일대의 땅값이 들썩였다. 당시 쏟아졌던 이같은 기사들이 대강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과 올해 중소형택지 및 3기 신도시 등 잇단 공급정책이 발표되면서 내년에 풀릴 토지보상금이 무려 2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9월 공급정책 발표 이후 잠잠해진 부동산시장에 또다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속적으로 땅값이 오르면서 토지 재투자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다.

 

반면 지금처럼 부동산시장 조정기가 이어지는 경우 투자심리도 얼어붙으면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토지보상금 얼마나 풀리길래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내년에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무려 25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의 34조8000억원 이후 10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성남 금토지구(58만 3581㎡), 성남 복정1, 2지구(64만 5812㎡)를 비롯해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과천주암지구(92만 9080㎡) 등도 내년 토지보상에 들어간다.

게다가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을 시작하는 향후 2~3년간 높아진 땅값으로 인해 역대 정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올해는 산업단지가 토지보상 시장을 주도했지만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땅값이 비싼 수도권 지역에서 대거 토지보상을 시작하고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의 신도시 공급계획까지 나오면서 (비싼 땅값에)보상금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불쏘시개될까

문제는 이처럼 대거 풀리는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시장에 불쏘시개로 작용할지 여부다. 토지보상금은 대체로 인근 토지나 부동산으로 재유입되는 특징을 지녔다.

토지보상을 받는 경우 지방세 특례에 따라 1년 이내(농지는 2년이내) 인근의 부동산 등을 취득할 때 취득세를 면제한다. 이같은 혜택으로 인접 지역에 투자하는 동시에 개발호재까지 더해지며 주변의 땅값을 함께 끌어올린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2기 신도시 등의 대규모 택지개발과 혁신도시, 세종시 등의 사업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면서 2004년 토지보상금은 16조원대가 풀렸다. 이후 정권 후반엔 연간 30조원 가까이 풀렸다.

 

이 자금이 다시 인근 토지로 유입되면서 주변 땅값을 끌어올렸고 전국적으로 땅값을 끌어올린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친 때도 이 때였다. 지금의 상황과 닮은 점이다. 전문가들은 참여정부에서 집값 잡기에 실패한 이유로 막대한 규모의 토지보상금을 지목하기도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엔 재투자하는 경우 토지 아니면 아파트였지만 이제는 상가 오피스텔 등 상품군이 다양해져 특정한 상품에만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처럼 모든 지역으로 유입되는게 아니라 서울이나 수도권 등 부동산가격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재유입되면서 양극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시에 시장에 많은 유동성이 풀리는 점을 우려해 토지보상금 일부를 채권보상하기도 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토지보상은 현금보상을 원칙으로 하고 채권보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보상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선 현지인(원주민)이 아닌 부재지주에 대해선 1억원 이상 보상받을 때 1억 이상 금액에 대해 채권보상을 한다.

채권보상을 하더라도 대부분이 금융회사를 통해 할인하는 방식으로 현금화를 하기 때문에 채권보상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도 "채권보상의 경우 정기예금 5년 만기와 국채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현금을 더 원한다"며 "채권보상의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 '찻잔속 태풍'?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많다. 과거처럼 불쏘시개로 작용하기엔 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자문위원은 "토지보상금 역시 시장분위기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상승기때나 자금이 유입되면서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있으려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판교 신도시 보상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참여정부 막바지까지는 이른바 '토지광풍'이 불었던 시기다. 반면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토지보상금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엔 땅값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부동산가격이 하락했다. 2007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수도권의 경우 투자목적으로 들어간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대출을 갚고 나면 재투자할 만큼의 여력이 있는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에 불쏘시개가 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시장 등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동향에 따라 이 자금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시장을 자극하는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시리즈 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