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을 비롯해 금융시장 뇌관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 해결 방안으로 '프로젝트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98조원 리츠시장' 더 키운다…'프로젝트 리츠'도 도입(6월17일)
개발단계에 한해 규제를 덜어낸 사모 방식 리츠 도입으로 시행자의 자기자본 규모를 키워 부동산 PF의 근본적인 '저자본·고차입'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PF 사업장 곳곳이 좌초 위험에 놓인 건설사들을 비롯해 부동산개발업계 등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한국리츠협회 등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리츠 활성화 방안 설명회'에는 리츠협회 회원사를 비롯한 부동산개발업 관계자 200여 명이 설명회장을 가득 채웠다.
PF 자기자본 부족, 대규모 차입 부실문제 해소 기대
리츠는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료 등 운용수익을 배당으로 나누는 구조다. 하지만 공모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부동산 개발시 인가, 공시, 주식분산 등의 규제 탓에 시장확대에 제한이 있었다. 이에 최근에는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통해 리츠를 인수하는 방식이 굳어져 왔다. PFV는 PF사업장 간 개별위험이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드는 페이퍼컴퍼니다.
PFV는 일반 특수목적회사(SPC) 대비 자본금 최소 50억원, 금융기관 5% 이상 출자 등 설립요건이 까다롭다. 대신 법인세 면제 등 세제혜택과 더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다. 주로 중대형 규모의 개발사업에 사용된다. 하지만 PFV는 적용 시기가 정해져 있는 일몰규정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즉 적용 사업장에 향후 세제혜택 등이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프로젝트 리츠는 일몰규제가 아닌 만큼 PFV의 이 같은 향후 운영위험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신속한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인가제를 등록제로 바꾸고 주식보유 한도(1인 최대 50%)도 완화한다. 주주가 다수일 경우 개발단계에서 신속한 사업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정보 보호를 위해 공시와 보고 의무도 사실상 유예된다. 리츠의 공모 전환 기간도 준공 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그동안 없었던 비주택 개발사업 보증을 도입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프로젝트 리츠를 도입하려는 것은 리츠의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 38% 정도로 높아 PF 사업을 훨씬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투기시장' 오명…'리츠'로 벗어날까
우리나라 부동산PF는 시행사가 총 사업비의 3% 정도인 자기자본만으로 토지계약금 일부를 충당하고 나머지 97%의 토지잔금, 공사비 등을 대출로 충당하는 구조다. 사업 성공이 불확실한 만큼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가 대출을 보증하고, 공사비 일부는 수분양자의 계약금, 중도금으로 충당한다. 건설사는 여기에 연대보증을 더한다.
PF 사업이 성공하면 시행사는 아주 적은 자본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사업이 어그러지면 피해와 리스크가 건설사를 비롯해 금융사와 수분양자들에게까지 전가된다.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자의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차입금'이 현재 부동산PF 시장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프로젝트 리츠를 비롯해 리츠 시장을 활성화해 PF사업 시행자의 자기자본과 책임을 높일 계획이다.
김승범 국토부 부동산투자제도과장은 "리츠는 공모(상장)를 전제로 하는 만큼 각종 규제와 공시의무가 부과되는데 공모로 전환하기 전 개발단계에서는 규제를 덜고 편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프로젝트 리츠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PF 위기상황은 2~3% 수준의 낮은 자기자본으로 대규모 대출로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리츠의 평균 자기자본 비율이 38%인 만큼 대출로 사업자금 대부분을 끌어오는 위험한 PF 구조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프로젝트 리츠 도입을 위해서는 법안 발의를 통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 이재훈 국토부 부동산제도과 행정사무관은 "최대한 관련 법안을 빠르게 발의하려고 한다"며 "연내 도입이 목표로 올해 안에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리츠 시장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공모리츠와 사모리츠(공모외리츠)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공모리츠끼리만 가능했던 M&A가 사모까지 확대된다.
현재 국내 리츠시장 자산규모는 98조원에 달하지만 이 중 상장리츠는 16조원에 불과하다. 상장된 리츠도 24개, 시가총액 규모는 약 8조원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 리츠를 도입한 일본(152조원), 싱가포르(93조원)와 비교하면 성장이 더디다. 미국의 리츠시장 시총은 1604조원 규모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기금 등 자금이 투입된 사모리츠 시장을 공모리츠 시장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상장 리츠가 전체 시장의 75%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M&A가 활성화되면 시장규모와 상장리츠 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비상장 리츠 시장 규모가 전체 리츠 시장의 75%에 달한다"면서 "연기금 등이 투자한 공모외리츠와의 M&A가 활성화되면 이들이 투자한 리츠를 해산하지 않고 상장해 시장이 커지는 한편, 주식으로 매도가 가능해 환금성도 좋아져 리츠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