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차세대 원전의 표준화 설계를 맡는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에 전력을 공급할 소형모듈원전(SMR)에도 DL이앤씨의 설계안이 적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DL이앤씨는 미국의 SMR 기업 엑스에너지(X-energy)와 1000만달러(150억원) 규모의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2023년부터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며 추진한 협업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게 DL이앤씨의 설명이다.
설계 표준화로 시공 효율 키운다
SMR의 표준화 설계는 발전소 내 각 설비가 어떻게 상호 연계해 작동할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SMR 건설의 뼈대가 되는 설계인 것이다. SMR의 두뇌를 만드는 단계가 '기술 개발'이라면 '표준화 설계'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효과적으로 상용화하는 단계다.
표준화 설계는 동일한 설계를 반복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대형 원전은 주요 설비가 각각 배관으로 연결된 구조이나 SMR은 주요 설비를 하나의 용기에 담아야 한다.
DL이앤씨는 이를 위해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여러 부품을 하나의 모듈로 묶어 미리 제작하고 이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모듈화를 내세웠다. 발전소에 들어가는 부품 수와 공정을 줄여 시공 효율을 키우고 품질 관리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DL이앤씨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해당 설계를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발전소와 화학 공장 같은 플랜트 분야에서 쌓은 설계 기술과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SMR의 빠른 표준화와 모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MR의 기본 구조와 설비가 발전소와 유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DL이앤씨는 지금까지 전 세계 19개국에서 총 51.5GW(기가와트)규모의 발전 플랜트를 시공했다.
SMR 단순 시공 넘어 운영까지 목표
DL이앤씨와 협업하는 엑스에너지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기존 경수로와 달리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4세대 SM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DL이앤씨가 완성한 표준화 설계는 2030년 가동 예정인 1호기를 시작으로 엑스에너지 후속프로젝트 전반에 적용 예정이다.
엑스에너지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과 잇따라 SMR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에는 아마존의 투자와 협력을 바탕으로 5GW(기가와트) 규모의 SMR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에너지 기업 센트리카와 6GW 규모의 원전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엑스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와 워싱턴주에서 SMR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으로 불리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 공급 예정"이라면서 "회사의 표준화 설계가 잘 마무리되면 해당 원전에도 이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함께 SMR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SMR의 설계를 표준화하고 생산량을 늘려 평균 비용을 낮추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SMR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SMR 시장 규모는 5000억달러(약 75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DL이앤씨는 SMR의 단순 시공을 넘어 직접 사업을 개발하는 디벨로퍼로 역할을 넓힌다. DL에너지 등 계열사와도 연계한다. DL그룹의 민자발전 계열사인 DL에너지가 SMR 프로젝트 개발과 투자, 운영 등을 맡으면 DL이앤씨는 설계·조달·시공(EPC)을 수행하는 식이다.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설계를 넘어, 표준화된 SMR을 개발·설계하는 고도화한 사업 모델"이라며 "특히 엑스에너지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향후 4세대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하며 에너지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