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풍 서강대학교 총장(사진)은 고급세단 에쿠스를 거부했다. 일종의 권위를 내려놓은 대신 그는 미니밴 '카니발'을 택해 2년째 타고 있다. 그의 '열린계' 사고 때문이다.
현직 대학총장이 현재의 대학교육과 인문학의 문제와 고민을 짚은 '마음을 열면 혁신이 온다'가 출간됐다. 화학공학 연구자 출신답게 그는 '열린계'라는 과학용어를 언급한다. 열린계는 외부와 물질의 교환이 이뤄지는, 말 그대로 열려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반대로 '닫힌계'는 에너지와 물질이 서로 오고갈 수 없는 공간이다.
그는 사회와 교육에 대해서도 '열린계'와 '닫힌계'를 적용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대개 '닫힌계'의 사고방식을 가졌다. 폐쇄적 성격의 소유자란 뜻이다. 그는 경쟁에 쫓기며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20~30대 젊은이들 역시 닫힌계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열린계'는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열린다. 경쟁에서 벗어나 다른 가치를 발견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유 총장은 "한 걸음만 바깥세상으로 내딛으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열린다"며 "청년들이 열린계의 시각으로 닫힌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자유롭게 휘젓고 다니면 좋겠다"고 말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그는 열린계를 강조한다. 고등학교에서 이과와 문과를 갈라 놓은 시스템은 닫힌계다. 학문의 경계를 닫아 놓으니 창의력이 날개를 펼 수가 없다. 그는 과학을 배제한 인문학, 인문학을 배제한 과학은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학교육도 일방통행식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지식을 찾아 나서는 양방향 교육이어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자기방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하버드대학교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는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 연구원, 교수들을 학교 경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 밖 넓은 세상과 학문적으로 교류하고, 교육에 필요한 각종 재원과 인력을 유입하며, 교육과 연구에 소홀한 사람은 퇴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일정한 긴장을 유지한다는 것이 '열린계 대학'을 위한 그의 구상이다.
이 책의 저자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1952년생으로, 미국 코네티컷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4년부터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0년 독일 훔볼트재단의 젊은 학자로 선정돼 올덴부르크대학 초빙교수로 활동했으며 미국 워싱턴주립대 자문교수와 퍼듀대 교환교수를 지냈다.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장, 학생처장, 기획처장, 공학부 학장, 부총장 등의 보직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서강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은이 유기풍/펴낸곳 새빛/272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