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과 내용 모두 선방한 곳은 신세계다. 백화점은 물론 계열사들의 실적도 견실했다. 현대백화점은 예년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부가가치세 환급분을 제외하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롯데의 경우 중국 사드보복 악재 등으로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 신세계만 좋았다
롯데쇼핑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0.4% 감소한 2073억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3%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백화점 부문도 전년대비 21.4% 줄었다. 할인점 부문도 적자전환했다. 가전 전문유통점인 롯데하이마트만이 전년대비 30.1% 증가해 체면을 세웠다.
편의점 부문이 부진했던 것은 직영 및 위탁점포 증가에 따른 임차료 상승이 원인이다. 또 카드매출 비중 확대로 지급수수료 등 비용이 증가했던 것도 실적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백화점 부문의 경우 기존점의 매출 부진으로 판매관리비율이 상승한 것이 악영향을 줬다. 롯데백화점의 국내 기존점 매출은 전년대비 4.3% 감소했다. 영업일수 감소와 중국 사드 보복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감소 탓이다.
▲ 단위:억원. |
현대백화점의 경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5.3% 늘어난 1384억원을 나타냈다. 수치만 보면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1분기 영업이익에는 사은 상품권 에누리 인식 변경에 따른 부가세경정환입분 407억원이 반영돼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적립포인트에 대해 구매장려금으로 보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왔으나 법원이 물건값을 할인해준 것이어서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환급받은 것이다. 세금 환급분을 제외하면 현대백화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978억원으로 전년대비 4.39% 감소하게 된다.
실적이 가장 좋았던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 늘어난 776억원이었다. 백화점 부문과 온라인몰 부문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백화점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3% 늘었고 온라인몰도 전년대비 흑자전환했다.
▲ 단위:억원, *현대백화점은 세금 환급분 제외한 수치. |
백화점 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신세계 실적이 백화점 3사중 가장 좋았다. 롯데 백화점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1.4% 감소한 1140억원에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언급한 연결실적이 백화점 개별실적과 같다. 세금환급분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39% 감소한 978억원이다. 신세계백화점 개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3% 증가한 510억원을 기록했다.
◇ 신세계, 오프라인-온라인 모두 선방
신세계가 이처럼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김해와 하남 등 신규점 출점과 셈텀시티와 강남 등 기존점 증축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기존점 매출은 전년대비 5.2% 증가했다. 상품 장르별 매출도 식품을 제외한 전 장르가 전년대비 크게 증가했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아동 부문으로 전년대비 22.9% 늘었다. 식품은 2.9% 감소했다.
온라인몰의 성장도 신세계가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1분기 신세계의 온라인몰 매출은 전년대비 27.3% 증가한 24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작년 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SSG(쓱)' 광고 이후 순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21% 증가했고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센터(SDC)' 단독 제휴 등의 프로모션이 큰 인기를 끈 것도 주효했다.
연결회사들의 실적도 좋았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5.7% 늘어난 40억원을 기록했다. 센트럴시티도 42.6% 증가한 250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신세계DF(면세점)와 신세계동대구 등은 전년대비 적자전환해 각각 2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증시에서도 신세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근간인 백화점사업의 경우 대형화와 복합화를 통해 차별화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표적인 복합점포인 강남점은 지난달에도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해를 정점으로 출점도 마무리돼 올해부터는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면세점의 경우도 작년 5월 개점 이후 매분기 150억~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부터는 적자폭이 줄어들며 본격적인 실적 모멘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악재에도 불구 입점 브랜드 증가와 내국인 고객증가 등 구조적 경쟁력이 호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우울한' 롯데-'애매한' 현대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가장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신세계와 달리 의류(-5.6%), 잡화(-6.7%), 해외패션(-1.6%), 식품(-3.4%), 생활가전(-1.0%) 등 대부분의 장르에서 전년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부진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지역의 매출은 전년대비 4.2% 감소했다. 그나마 인도네시아(9.7%), 베트남(6.8%)에서 선방해 실적을 지탱할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중국의 경우 손익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로 사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인도네이사와 베트남은 차별화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세금 환급분 덕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만족스런 실적이 아니라는 평가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5월 황금연휴 동안의 매출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준기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이달 말 오픈하는 가든파이브시티 아울렛을 제외하면 출점계획이 없어 앞으로 실적은 상당 부분 소비개선 여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