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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임원 인사에 담긴 속뜻은

  • 2018.12.06(목) 08:59

이마트와 신세계 등 근간 유지하면서 신사업 '총력'
계열사 대표 교체 및 조직 세분화로 시장 공략 채비


신세계그룹이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인사의 폭보다는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신세계그룹 임원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신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 근간은 그대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남매경영 원칙을 확고히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대형마트 사업을,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등을 담당한다.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가진 신세계 지분과 이마트 지분 증여가 남아있지만 신세계그룹의 승계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그룹은 그룹의 근간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미 각자의 사업을 확고히 진행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경우 현재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다. 최근 실적이 부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고유의 색깔을 바탕으로 순항 중이다.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되는 영역들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남매경영 원칙이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그룹의 뼈대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뼈대는 유지하되 다른 부분에서 변화를 주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런 변화는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일종의 실험이다. 지금껏 뼈대는 갖췄으니 각자 영역에서 신사업들을 더욱 강화해보라는 주문인 셈이다.

신규 사업에 변화를 주고 각자 분야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를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임원 수를 줄이고 대신 신사업 쪽 승진자들을 늘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승계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향후 신사업에 대한 판단과 경영능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신사업에 힘 싣는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대표이사가 바뀐 계열사는 총 8곳에 달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푸드, 신세계사이먼, 까사미아, 신세계L&B, 제주소주, 신세계TV쇼핑, 신설 온라인 법인 등이다. 이 중 정 부회장 영역 계열사는 6곳, 정 총괄사장 영역은 2곳이다. 그룹의 신사업을 진행하는 정 부회장 쪽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대표이사가 교체된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신세계그룹이 새롭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영역들이다. 정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온라인 사업을 필두로 토탈 퍼니싱, 화장품 및 주류 사업 등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들 사업을 중심으로 유통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워둔 상태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이들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방증인 셈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부문 대표제 도입이다. 전문성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대표적이다. 신세계푸드는 제조서비스와 매입유통 부문으로 구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패션라이프스타일과 코스메틱 부문으로 나눴다. 각 부문에 대표를 둬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겠다는 복안이다.

외부 인사도 수혈했다. 롯데주류에서 마케팅부문장으로 일했던 우창균 상무를 영입해 신세계 L&B 및 제주소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임 우 대표는 주류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주류는 신세계그룹이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진입장벽이 높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우 대표 영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 신사업 성공할까

업계에선 이번 신세계그룹의 인사를 눈여겨 보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예년과 비교해 인사 폭이 크지 않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선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보여서다.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신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경우 기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온라인 사업의 경우 신세계가 선도적으로 방점을 찍었던 사업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올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계열사 조직의 세분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인터내셔날뿐만 아니라 ㈜신세계와 ㈜이마트도 신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기능별로 세분화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신세계는 시코르 담당과 팩토리 담당으로 신사업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이마트도 전문점 사업 추진을 위해 신사업 본부와 노브랜드 사업부를 신설했다. 여기에 트레이더스의 매입 조직을 강화했다.


신세계그룹의 변화는 곧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또 좀 더 세밀하게 시장을 공략할 준비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진 부문별로 기존 경쟁사들과 경쟁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각 시장의 상황을 파악한 만큼 신세계만의 색깔로 공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른 경쟁사들이 신세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신세계가 추진하던 신사업들의 성과는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것이 드물었다"며 "그동안은 시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그 작업을 마치고 제대로 된 승부를 벌일 준비를 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위한 시작 단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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