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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흥행' 하이트진로의 명과 암

  • 2019.06.24(월) 14:00

'테라' 흥행 성공…맥주부문 실적 반등 기대
기존 맥주 부진 지속…'테라' 확산속도 관건

오랜 기간 맥주사업 부진으로 고전했던 하이트진로가 모처럼 호재를 만났다. 지난 3월 출시한 신제품 '테라'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맥주부문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주세법 개정으로 그동안 수입 맥주에 내줬던 시장점유율을 되찾아 올 기회도 잡았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하이트진로의 기존 맥주 브랜드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어서다. 테라가 기존 브랜드의 손실을 상쇄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테라의 흥행에도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 수익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여전한 이유다.

◇ 오랜만에 찾아온 봄

요즘 하이트진로는 생기가 돈다. 그동안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맥주부문이 오랜만에 반등의 기회를 맞아서다. 2011년 오비맥주에 국내 맥주시장 1위를 내준 하이트진로는 이후 단 한 번도 오비맥주를 이기지 못했다. 여기에 롯데마저 맥주시장에 뛰어든 데다 최근 수년간 수입 맥주들이 국내 맥주시장을 잠식하면서 하이트진로가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동안 하이트진로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소주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맥주시장만 되찾아오면 됐다. 하지만 한번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랜 기간 오비맥주에 끌려가는 형국이 지속됐다. 더는 안된다고 판단한 하이트진로는 마침내 지난 3월 9년 만의 신제품인 '테라'를 선보였다.

'청정 라거'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하이트진로는 맥주시장 되찾기에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테라는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이미 출시 두 달여 만에 200만 상자(330㎖, 6000만 병)를 판매해 역대 신제품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테라의 인기몰이에 크게 고무돼있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생각지 못한 반응"이라며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렸다"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조만간 여름철을 맞아 테라 생맥주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의 인기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테라의 흥행과 함께 발포주 '필라이트'의 인기에 힘입어 2분기 하이트진로 맥주 매출의 약 40%를 테라와 필라이트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도 조금씩 반등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 여전히 불안한 이유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록 테라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맥주사업 전체의 반등을 이끌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테라 이외 다른 하이트진로 맥주 브랜드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은 20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은 2014년부터 계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도 2015년 8006억원(외부거래 기준) 이후 계속 내리막길이다. 작년에는 7139억원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진 원인을 '마케팅력 분산' 탓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력을 집중했던 '드라이 피니시 d' 실패 이후 하이트진로의 다른 맥주 브랜드들도 반등 동력을 잃었다고 분석한다.

단위 : 억원.

상황이 이렇자 시장의 시선도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하이트진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했다. 한기평은 "경쟁사의 진입 및 증설, 수입 맥주 성장 등으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해왔다"면서 "필라이트 등 신제품과 수입 맥주 등은 꾸준히 판매가 확대됐으나 기존 브랜드인 ‘하이트’, ‘맥스’, ‘d’ 등의 매출 감소를 보완하지는 못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테라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한 판촉비  확대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맥주부문에서 시장지배력을 회복하거나 흑자전환을 이루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다만 필라이트와 테라의 선전으로 맥주부문에서 추가적인 판매량 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라는 설명이다.

◇ '테라' 안착 속도에 달렸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 실적 반등은 결국 테라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소주부문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반면 맥주부문은 그동안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다. 따라서 9년 만의 신제품인 테라의 선전은 분명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 실적 반등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테라의 안착 속도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테라의 저변 확대를 위해 판촉 비용 등을 상당한 규모로 책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다. 테라가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낸다면 기존 노후화된 다른 맥주 브랜드들의 손실을 일정 부문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테라의 안착 속도가 더뎌진다면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의 실적 반등 시기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분위기는 좋다. 때마침 정부가 내년부터 주세법을 개정키로 한 만큼 수입 맥주와의 가격 경쟁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테라의 출고가 인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오비맥주와 롯데주류의 경우 이미 맥주 출고가를 인상한 상태다. 테라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던 하이트진로도 지금은 어렵겠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출고가 인상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이는 곧 수익과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는 현재 하이트진로에서도 놀랄 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다"면서 "그동안 하이트진로가 불리한 영업환경과 히트작 부재, 미흡한 마케팅력 등이 겹치면서 실적이 부진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치고 올라갈 기회다. 만일 이번 시기를 놓친다면 하이트진로로서는 또다시 맥주 부문에서 긴 암흑기를 경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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