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가 최근 잇따라 신약 연구개발을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지주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전문성을 높여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새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분리 잇따라
일동제약의 지주회사인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5월 신약 개발 전문기업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설립했다. 아이디언스는 일동제약으로부터 신약 항암제 후보물질 ‘IDX-1197’에 대한 개발 권리를 인수했다. 지난 6일에는 재무적투자자(FI) 자금유치를 통해 33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오는 2023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일약품은 지난 5월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항암제 개발을 위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검토 중이다. 3∼5년 이내에 총 3개의 신약 후보물질 임상을 추진하고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도 같은 달 테라젠바이오를 분사했다. 암 환자의 신생항원(NeoAntigen)을 이용한 면역치료법·치료용 백신 등 맞춤형 항암 치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1~2년 이내에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9월 ‘아이엔 테라퓨틱스(iN Therapeutics)’를 설립했다. ‘아이엔 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플랫폼과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 치료제, 뇌질환 치료제 등을 연구한다. 비마약성 진통제와 난청 치료제 연구개발을 위해 올해 하반기 중 시리즈A 투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향후 2025년 즈음 IPO 추진도 계획 중이다.
헬릭스미스도 지난 7월 ‘뉴로마이언(Neuromyon)’과 ‘카텍셀(Cartexell)’을 설립했다. 뉴로마이언은 유전자치료제, 카텍셀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AR-T) 세포를 통한 항암 신약 개발에 나선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경우 지난 7월 섬유증 치료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마카온 테라퓨틱스을 설립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후성유전학적 타깃 물질인 ‘CG-750’을 마카온으로 이전했다. 마카온은 최근 28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 지주회사 부담 없이 독립적 자금 조달
이처럼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최근 1~2년 사이 본격적으로 신약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 설립에 나선 이유는 '제약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되면서다. 해당 법안에는 신약 연구개발(R&D)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업도 제약기업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에는 의약품 제조‧수입‧품목허가 등을 받거나 신약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만 제약기업으로 인정됐다. 이 법안으로 기존의 전통 제약기업이나 바이오기업들도 신약 연구개발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해 독립적으로 투자를 받거나 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기가 수월해졌다.
해당 법안으로 기존에 신약 연구개발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했던 기업들도 속속 IPO를 통한 자원 마련에 나섰다. SK가 2011년 신약 개발 사업을 분사한 자회사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치열한 공모를 통해 성공적으로 상장,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테라젠이텍스가 지난2013년 분할 설립한 항암제 개발 전문 기업 메드팩토 역시 지난해 12월 상장한 후 시총이 급증, 자금을 원활히 확보하고 있다.
다만 모든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자회사를 통한 자금 확보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5월 당뇨, 비만분야 대사질환 신약개발을 위해 자회사 ‘큐오라클’을 설립했다. 그러나 외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9월 다시 지주회사로 흡수합병했다.
제약‧바이오업계가 신약 연구개발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은 자금 조달이 가장 큰 이유지만 전문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의미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연구개발을 자회사로 분리하면 지주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전문 인력을 해당 자회사에 집중시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