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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티켓 1등' 인터파크, 매물로 나온 까닭

  • 2021.07.16(금) 16:10

여행·티켓 지배력 높아…'사업 전환'에 무게
낮은 몸값 불구 매각 성사 여부는 '미지수'

1세대 이커머스 인터파크가 M&A 시장에 나왔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쿠팡 IPO(기업공개),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을 전후해 이커머스 시장에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터파크는 이익 기반 성장 원칙을 추구해 왔지만 지금의 룰에서 더 이상 이 원칙을 지켜나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강동화 인터파크 대표는 이커머스 사업 매각 추진 사실이 알려진 지난 13일 임직원에게 이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강 대표는 이 메시지에서 매각 배경과 향후의 계획을 간략하게 밝혔다. 또 직원 고용 승계를 우선 고려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1세대 이커머스 인터파크가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 MRO(소모성자재 판매업) 자회사 아이마켓코리아와 바이오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인터파크의 유력한 인수자로는 카카오·롯데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쇼핑·도서·티켓·여행 부문을 분할 매각하거나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내실 있는 플랫폼 , 지금 왜 파나

최근 인터파크는 경영권 매각을 결정하고 인수 후보군에 투자 안내문을 배포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 주주 이기형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28.41%다. 매각 주관사로는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몸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2000억원 안쪽으로 전망된다.

인터파크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터파크는 내실이 탄탄한 플랫폼이다. 전체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지만 여행·티켓 분야의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까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만큼 코로나19 이후 여행·티켓 시장만 회복된다면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반은 갖췄다.

인터파크의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이지만 여행·티켓 분야에서는 70%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시장 상황이 인터파크에게 불리하다. 현재 이커머스의 핵심 전략은 물류 투자와 규모를 기반으로 한 사업 영역 확장이다. 네이버·신세계·쿠팡은 물류 인프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패션 등 전문몰 M&A도 활발하다. 인터파크에는 이를 따라갈 여력이 없다. 1분기 말 기준 인터파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300억원에 불과하다. 아이마켓코리아가 매년 수백억원 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경쟁사의 투자 규모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인터파크는 바이오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7월 사내 바이오융합연구소를 분사해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했다. 이 곳에서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과 헬스케어 사업 등을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체외진단 기업 피플바이오 등 바이오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바이오 사업은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인터파크의 재무 구조를 고려하면 이커머스와 바이오 분야에 동시 투자하기는 어렵다. 반면 이커머스 사업을 매각한다면 바이오 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캐시카우’인 아이마켓코리아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커머스 사업 매각은 인터파크에게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합리적 가격이지만 매력은 '글쎄요'

인터파크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쿠팡은 상장 당시 10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신세계에 매각된 이베이코리아 지분 80%의 가치는 3조4000억원이었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0% 내외였다. 2%의 시장 점유율과 티켓·여행 시장 내 지배력,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2000억원 수준인 인터파크의 몸값은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인터파크의 새 주인으로는 카카오와 롯데 등이 거론된다. 카카오는 오는 9월 멜론컴퍼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한다. 멜론의 음원서비스·뮤지컬·티켓 사업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연 사업 등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여행 사업도 시작했다. 인터파크와의 사업상 접점이 있다.

롯데도 눈여겨볼 만하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포기 당시 '버티컬 플랫폼'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한 M&A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버티컬 플랫폼은 무신사(패션)·오늘의집(인테리어)처럼 특정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전문 플랫폼을 의미한다.

인터파크는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흑자를 내 왔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롯데쇼핑은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ON 내에 식품·명품·패션·가전 등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티켓·여행·도서 등 분야의 경쟁력은 약하다. 인터파크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카드다. 롯데그룹은 일본 JTB와의 합작 여행사 롯데JTB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샤롯데씨어터·롯데월드 등 문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인터파크와의 시너지가 가능하다.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카카오와 롯데는 자체 플랫폼에서 티켓·여행 분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최근 하나투어·노랑풍선 등 일선 여행사들도 자체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인터파크의 시장 경쟁력이 언제 약화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 쇼핑·도서·티켓·여행 분야를 분리 매각하거나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실제로 인터파크는 교보문고와 도서 분야 매각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파크와 이베이코리아 등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20년의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시장 상황을 잘 분석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들의  매각 결정은 거래액 규모와 물류 인프라 기반 출혈 경쟁이 이미 시장에 자리잡아 돌파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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