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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API가 열린다]① 일보 후퇴 삼보 전진

  • 2019.06.28(금) 17:26

계좌 등 은행 핵심자산 API 개방
핀테크기업과 경쟁 보다 상생
은행, 핀테크 통해 사업 다각화 모색

계좌·환전·대출 등 은행의 핵심 서비스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관문'인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가 열리고 있다. 수십년간 쌓여온 은행의 자산이 쌓여있는 API를 개방한다는 것은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핀테크를 앞세운 거스를수 없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은행들은 스스로 빗장을 열고 있다.

은행들은 오픈 API를 통해 오랜시간 공 들여온 정보를 핀테크 업체과 공유하는 대신,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삼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하는 전략인 셈이다. 업계는 오픈 API를 활용해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 오픈 API가 뭐길래 

API란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쓰이는 용어다. 프로그래밍 과정은 다양한 함수들을 통해 이뤄지는데 자주 쓰이는 함수들은 '라이브러리'에 저장된다. 라이브러리에는 저장된 수많은 함수를 쉽고 간편하게 찾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API다. 프로그램밍 과정에서 사전에 기록된 복잡한 함수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목차'이자 '열쇠'가 API인 셈이다.

오픈 API란 말그대로 이러한 API를 개방한다는 말이다. 특정 회사가 프로그래밍 해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열어 준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마트 폰의 앱을 통해 버스가 도착할 예정 시간, 정류소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버스 오픈 API를 활용한 것이다.

'관문'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우선 은행들은 웹 형식의 플랫폼을 통해 어떤 API를 제공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핀테크 기업은 은행에 사용신청을 하고 오픈API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다. 일부 은행의 경우 개인 개발자등도 신청이 가능토록 했다. 오픈 API에 대한 접근권을 얻은 핀테크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면 된다.

현재 대다수의 은행은 기업의 사업계획등을 따져본 후 무료로 오픈API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

◇ 꽉 닫혔던 은행, 빗장을 걷다 

그간 은행들은 정보와 서비스 활용방법 등을 쉽사리 내주지 않았다. 사실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은행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급변했다. 은행들은 API의 빗장을 걷는것에 그치지 않고 전용 플랫폼을 만들어 핀테크 기업이 이를 활용하도록 적극 유치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5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API의 문을 열었다. 현재는 출금이체, 입금이체, 예금주조회 등 141개의 API를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작년 5월 오픈 플랫폼을 열었다. 현재는 1Q오토론(자동차 금융), 한도조회 등 100여개 가량의 API를 공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신한 오픈API 마켓'을 리뉴얼 했다. 현재는 환전, 전세대출 한도조회 등 12개의 카테고리에서 307개의 API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8일 오픈 API플랫폼을 오픈하고 이체, 환전 등 8개의 카테고리에서 200여개의 API를 제공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주회사인 KB금융그룹이 만든 API포탈을 통해 36개의 API를 제공하고 있다. KB금융은 조만간 API플랫폼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별로 제공하는 오픈API 개수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틀은 계좌정보, 환전정보, 대출정보 등 약 8가지로 압축된다.

5월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서울 동대문구 DDP에서 개최된 코리아핀테크 위크에 참가해 핀테크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에 대한 규제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빗장 왜 열까 

수십년간 영업활동을 하면서 쌓아온 정보와 업무 처리 방식, 서비스 등은 은행 고유의 경쟁력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대표적인 금융사로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하는 업권이고 사업 영위 기간이 길다"며 "이 과정에서 쌓아온 데이터와 제공해온 서비스에 대한 정보 등은 가장 큰 자산이나 다름없다. 그간에는 절대 오픈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시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인 정보와 서비스를 핀테크 업체에 제공하기로 한 것 자체가 은행입장으로서는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은행이 한 발 물러선 데에는 경쟁자로 떠오른 핀테크 업체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핀테크 기업이 금융회사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간편송금으로 출발한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냈을 정도다.

은행은 핀테크업체와 경쟁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열어줘 핀테크 업체의 성장을 돕고, 성장한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경쟁 대신 상생을 택해 삼보 전진 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API를 열어줌을 통해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정보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단기적으로는 은행에게 불리할 수 있다. 당행의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체에 대한 규제의 벽을 허물고 있고 경쟁력 있는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과의 협력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좀 더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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