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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결국 보험이라는 뻔한 결말

  • 2021.11.02(화) 09:30

반전이 있는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알면 감상의 재미가 뚝 떨어진다. 흔히 '스포일러(spoiler)'라고 불리는 행위는 SNS가 일상화된 현재 더 극성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라 확인이 어렵지만 1995년 개봉한 '유주얼 서스펙트'의 개봉관 앞에서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외친 한 사람의 영향력보단 결말이 포함된 SNS 포스팅의 전파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말을 예측할 수 없어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나 추리 영화에서 결말을 아는 것만큼 재미를 감소시키는 행위는 없다.

그런데 결말이 너무 뻔한 영화나 드라마도 존재한다. 과거 한국 드라마는 의사가 주인공이면 병원에서, 검사가 주인공이면 검찰청이나 법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나올 것임을 뻔히 알 수 있어 상투적이란 비판이 많았다. 현재는 다양한 주제로 세계적 인기 드라마를 만들고 있지만 과거 통속적인 연애나 막장 소재만 늘어놓은 천편일률적인 이야기가 TV화면에서 쏟아졌던 시절도 있었다. 이처럼 아무도 결말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딱 봐도 결말이 보이는 이야기는 보는 사람을 지겹게 만든다.

보험에서도 이와 같은 뻔한 전개가 흔하다. 무료 보장분석을 강조하며 기존 보험의 상태를 점검할 것을 홍보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끝은 기존 보험이 무조건 잘못되었으니 새로운 계약으로 바꿔야 함을 강요하는 결말로 끝이 난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상투적인 결말에 피해를 경험한 소비자가 늘어 설계사가 접근하면 '또 기존 계약이 문제가 있다고 하겠지'라고 예상하는 일도 많다. 그래서 결론이 보험상품의 제안으로 이어질지라도 좀 더 그럴싸한 전략이 필요하다.

오래 전부터 생명보험 전속 설계사를 중심으로 재무설계나 자산관리를 상담의 중심에 놓고 고객에게 접근하는 전략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금융자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를 관리해주는 전문가의 존재는 누구나 반기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보험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니 경계심이 적고 지출을 정리해 소비를 통제하고 절약한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CMA통장도 개설하고 펀드 투자도 권유한다.

이런 관리를 통해 고객과 단기간에 신뢰를 쌓는다. 본인의 소득과 지출구조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출관리를 통해 주기적으로 관계를 맺기에 고객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 문제는 결말이 정해졌지만 고객이 눈치를 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무설계나 자산관리의 끝에는 매번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판매가 자리 잡는다. 물론 소비통제로 절약한 돈을 노후를 대비하거나 목적자금을 모으는데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제시된 결말의 더 나은 대인이 있음에도 결말이 동일하다.

예를 들어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활용하여 은행 적금보다 금리가 높음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종신보험을 사망보장이란 주목적이 아닌 저축이나 연금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변칙적으로 활용할 경우 현금 유동성이 장기간 경색되고 조기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납입 원금보다 낮은 피해 등이 발생한다. 또한 특정 기간이 지난 후 환급률이 높더라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사망보장은 정기보험으로, 목적자금은 수익이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 등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하나의 결말로 귀결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말이 정해져 있으니 앞이 아무리 화려해도 끝은 뻔하다.

드라마에서 통속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욕을 먹으면서도 반복되는 이유는 나름 시청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재무설계나 자산관리를 표방하더라도 결말이 특정 보험 종목의 제안 및 판매로 귀결되는 현상은 보험 상품 모집의 수수료를 받아야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움직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료 재무상담 등을 시도하는 곳도 찾아볼 수 있다. 수수료(commission)가 아닌 상담료(fee)에 기반하여 객관적인 상담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돕는 구조다. 하지만 자문업을 운영하기 위한 법적 기반은 마려되어 있지만 상담료 구조가 취약하고 한국 소비자는 무료 상담에 익숙하기에 갈 길이 멀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는 앞단이 무료일지라도 결국 수수료를 받기 위한 결말이 정해져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제대로 된 재무상담이나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단기적 수수료 매출에 매몰되지 말고 보험은 보험으로 상담하고 투자나 은퇴에 대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조언할 수 있는 방향을 구분해야 한다. 퇴직연금이나 펀드 모집도 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보험의 선취수수료와 비교 당장 너무 적다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도 관리하는 자산의 규모가 쌓이면 무시할 수 없이 꾸준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설계사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고객을 진짜 관리할 수 있고 그들에게 편익을 제공하여 깊은 신뢰를 만들어가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감독과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를 제대로 정해주면 배우의 행동이 변하고 다채로운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보험 모집 시장에 만연한 뻔한 결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설계사도 소비자도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 모집 수수료로만 수십조원이 돌고 있지만 보험 민원은 전체 금융민원 중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을 되돌아 볼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말을 찾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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