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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전기차…목소리 커진 배터리

  • 2019.06.14(금) 14:49

배터리사, 가격인상 요구…수익성 중심 운영전략
완성차, 자체수급 역량강화…수급처 다변화도 모색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전기차 배터리 수요자와 공급자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그간 전기차 배터리에서 큰 수익을 보지 못했던 배터리사들은 '공급가격을 올려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완성차사들은 더 유리한 조건에 배터리를 공급받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 배터리사, 이유있는 목소리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사들이 완성차사와 제품 납품가격 인상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업체 가운데 LG화학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화학은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가장 먼저 코발트 등 원재료 가격 연동계약을 관철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여러 업체들이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공급가와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공급자에 더 우호적으로 바꾸는 방식 등이 검토된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LG화학은 공급사 전반에 가격 인상 필요성을 설명했고, 완성차 업체들도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배터리사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전환될 것이란 자신감이 배경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17년 120만대에서 2025년에는 1100만대로 8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통상 배터리 공급 계약은 5년 이상의 장기간 진행되는 만큼, 앞으로를 내다 보면 배터리사들이 아쉬운 소리를 낼 여지가 더 커졌다.

배터리사들이 그간 입었던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도 계약조건을 바꾸려는 이유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000달러에서 지난해 175달러로 82.5% 떨어졌다.

전세계 배터리 출하량이 2011년 1.8기가와트시(GWh)에서 지난해 109.8GWh로 100배 이상 급증하며 수주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LG화학이 지난해 4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를 간신히 달성한 것도 이런 이유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과 삼성SDI의 협상과정상 불거진 이견도 달라진 배터리사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이 삼성SDI로부터 당초 20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협의했지만, 실제 공급이 보장되는 규모는 5GWh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완성차사의 '러브콜'이 지속되는 만큼, 시간을 들여서라도 수익성 위주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다.

◇ 완성차, 가만있지 않는다

다만 완성차사가 두손 놓고 보고만 있지 않는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원가의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수익성 확보 측면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완성차사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회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이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자사 유럽 전기차 공장에 납품할 배터리 생산기지를 짓는 계획을 검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으로선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처를 확보하고, 다른 배터리사 제품이 필요할 경우에도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하다.

완성차사는 공급사 다변화도 꾀한다. 그간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파나소닉이 전량 전담하는 등 업체별 일대일 공급체인이 형성됐다.

다만 전기차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하나의 공급사만으로 수급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공급사가 밀착관계에 끼어들 여지가 생긴 셈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지난해 11월 트위터에 전기차 배터리를 중국 현지 기업에서 조달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 독점 공급체계가 깨진 사례도 있다. 현대차가 출시할 제네시스 첫 전기차 모델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차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이,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이 독점하는 공급구조가 깨진 것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공급업체를 여럿 두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는 공급선을 여럿 두는 것이 배터리 납품단가 등 계약조건을 협상할 때 더 유리하다.

김병주 상무는 "전기차 시장이 커가면서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업체 간 기싸움이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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