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와 고려대는 ‘사학(私學)의 라이벌’이다. 맞수 답게 대입전형도 대조적이다. 수능최저도 걔중 하나다. 연대가 수시 전(全) 전형에 수능최저가 없는 반면 고대는 전통적으로 모든 수시전형에 수능최저가 존재하고 기준 또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설정해 왔다. 내신성적의 합격선이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www.adiga.kr)를 통해 이달부터 서울대를 비롯해 대학들의 전년도 수시 교과성적 및 정시 수능환산점수 합격선(최종등록자 기준)이 최초로 공개된 것을 계기로 연대와 고대의 대표 학종전형의 내신 합격컷을 견줘봤다.
연세대의 핵심 학종전형은 ‘활동우수형’이다. 고려대는 2020학년 ‘일반전형’에서 올해 명칭을 바꾼 ‘학업우수형’이 있다. 서류(학생부·자소서)와 면접 다단계 전형으로 선발하는 가장 일반적인 학종 스타일이다. 각각 768명(전체 모집정원의 22.4%), 1178명(31.0%)로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전형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두 전형을 비교해 본 이유는 연대와 고대가 2021대입에서 수시 전형의 틀을 확 뜯어고친 와중에도 두 전형의 경우는 전형요소에 변화가 거의 없어서이기도 하다. 특히 연대는 올해도 변함없이 수능최저가 없는 반면 고려대는 전년 인문·자연 각각 ‘4합6~7등급 이내’보다는 한 단계 완화됐지만 ‘4합7~8등급 이내’의 깐깐한 기준이 설정돼 있다.
다만 전형 변화로 인해 활동우수형(635→768명)이나 학업우수형(1188→1178명)의 인원 변화가 적지 않고 세부 모집단위별로는 더 큰 인원 변동이 생긴 만큼 이번에 공개된 합격선은 올해 수시 지원시 활용성이 많이 떨어진다. 수능최저 여부나 모집단위별 선호도에 따른 교과성적 수준 등 단순 참고용으로만 활용하는 게 좋다.
연세대의 2020학년 활동우수형 합격자의 내신 70%컷을 보면, 인문계열의 경우 1.3~2.7(소수점 둘째짜리 이하 절사)의 분포를 보였다. 인기학과인 경영학과는 1.8등급, 경제학부는 2.0등급 수준이다. 언론홍보영상학부가 1.3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응용통계학과·정치외교학과·교육학부 1.4등급으로 상단에 포진했다. 신학과가 2.7등급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불어불문학과 2.6등급, 심리학과 2.4등급 순이다.
자연계열은 1.1~3.9등급으로 인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차가 컸다. 의예과가 최고 인기학과 답게 1.1등급으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컴퓨터과학과, 수학과도 동일 라인이다. 다음 치의예과·화학과·화공생명공학부가 1.2등급이다. 생활디자인학과는 3.9등급으로 맨 하단 위치했다. 실내건축학(3.8등급), 아동·가족학과(3.2등급) 또한 낮은 편이었다.
고려대의 2020학년 일반전형(2021학년 학업우수형) 합격자의 내신 70%컷을 보면, 인문계열 점수 분포대는 2.2~3.9등급이다. 최상위학과인 경영학과가 2.8등급, 경제학과가 3.0등급을 나타냈다. 국어교육과가 2.2등급으로 전체 인문계열 중 가장 높았다. 다음이 사회학과, 자유전공학부 각각 2.6등급이다. 한문학과가 3.9등급으로 가장 낮았다. 독어독문학과와 사학과도 각각 3.8등급 정도였다.
자연계열은 1.2~3.4등급에서 70%컷이 형성됐다. 의과대학이 1.2등급으로 다른 모집단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음이 물리학과, 화공생명공학과 각각 2.1등급이다. 반면 간호대학이 3.4등급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가정교육과(3.2등급), 건축사회공학부(3.0등급)가 3등급 이하였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시 지원시에는 학종이 정성평가로 이뤄지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내신등급이 0.1∼0.2등급 부족해도 비교과 성적 등이 우수해 합격하는 사례도 있고, 고교유형 별로도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번 대학들의 입시결과를 종합적으로 참고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또한 “특히 연세대와 고려대는 수시 지원시 수능최저 적용여부에 따라 내신 성적의 합격선이 크게 요동을 치기 때문에 자신의 특장점을 잘 살려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세대의 2020학년 정시 입시결과를 보면 인문계열의 70% 합격컷(수능 표준점수 환산·최고점 1010점)은 경영학과가 750.48점으로 맨 위에 위치했다. 응용통계학과 747.06점, 경제학부 746.07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모집단위는 문화인류학과로 727.54점이었다. 다음이 신학과(730.9점), 간호학과(인문·734.0점)였다.
자연계열에서는 의예과가 720.88점으로 단연 으뜸이었다. 치의예과 709.84점, 컴퓨터과학 699.18점으로 ‘톱3’에 랭크했다. 반면 의류환경학과(자연)이 689.37점으로 최하단에 위치했다. 간호학과(자연) 689.59점, 지구시스템과학과 689.74점 순으로 낮은 편이었다.
고려대 정시도 마찬가지로 인문계열에서는 경영대학이 단연 높았다. 70%컷(수능환산점수·최고점 1000점)이 691.96점으로 나타났다. 다음이 경제학과 691.31점, 행정학과 687.63점, 통계학과 687.48점이다. 간호학과(인문)가 651.02로 가장 낮았다. 역사교육과(678.44점), 서어서문학과(679.34점), 일어일문학과(679.46점), 노어노문학과(679.48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자연계열에서는 의과대학이 680.61점으로 압도적이었다. 가정교육과 672.73점, 컴퓨터학과 666.33점, 전기전자공학부 661.44점 순으로 상위권에 랭크했다. 수학교육과가 648.68점으로 맨 하단에 위치했다. 지구환경과학과(652.22점), 환경생태공학부(653.44점), 보건환경융합과학부(653.60점) 또한 하위권을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