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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연착된 '항공빅딜', 해 넘길까

  • 2021.12.16(목) 17:27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지지부진
조건도 관심…슬롯·운수권 조정되면 경쟁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항공 빅딜'이 연착되고 있는 이유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꼼꼼해질수록 대한항공은 조급해지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최악의 경영난에 빠져있는 항공사간의 구조조정이 늦어질 수 있어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늦어지는 이유는

대한항공은 올 1월부터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후 태국과 터키, 베트남, 대만에선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한국 공정위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에선 심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예상보다 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곳 중 하나는 국내다.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대한항공은 지난 6월까지 계약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심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는 아직 진행되고 있다"며 "이후 위원회에 상정해 심의하는데, 이때 기업에서 의견을 내는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조성욱 위원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연내 마무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 관계자는 "연내 완료한다는 게 심의까지 끝낸다는 것인지 (명확한 언급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며 "(대한항공의) 신고도 안 들어간 곳(해외 경쟁당국)이 있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해외보다 국내 심사가 늦어지는 상황에 답답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EU, 중국, 일본 등 각국 경쟁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고, 조속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 중"이라며 "해외 경쟁당국과는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우려는 '시점'보다 '조건'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될수록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9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366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지원으로 버티고 있는 기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사 승인 시점보다 중요한 것도 있다. 승인의 조건이다. 항공업계에선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할 때 운수권이나 슬롯을 조정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운수권은 말 그대로 특정 외국 공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이고, 슬롯은 이·착륙 관련 배분된 시간이다.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운수권이나 슬롯이 중복된다고 판단하고 일부를 조정하게 되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조정된 운수권과 슬롯이 외국 항공사로 흘러갈 수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운수권이나 슬롯은 일종의 국가 자산과 같은 개념인데, 이를 조정할 경우 자국 항공사에 이익을 주게 되는 해외 경쟁당국만 좋아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공정위가 결단을 먼저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항공빅딜의 '밑그림'을 그린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도 답답한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에서 먼저 소식이 나온다고 해도 해외 경쟁당국이 여럿 남아 있어 연내 승인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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