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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세계지도]③북미 이은 태풍의 눈 '유럽'

  • 2023.06.23(금) 07:40

핵심원자재·지속가능배터리법 영향 중요성↑
셀·소재·재활용, 폴란드·헝가리에 투자 집중

/그래픽=비즈워치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전기차가 도로를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필수 부품인 배터리 사업도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기술 우위를 앞세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영향력 확대가 돋보입니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국내 배터리 업체(소재·셀·리사이클 분야) 현황과 투자계획을 지역별로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미국에 가려졌던 유럽 배터리 시장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을 만든 데 이어 유럽도 핵심원자재법(CRMA·Critical Raw Material Act)을 내세웠기 때문인데요. 유럽연합(EU)은 올 3월 배터리 핵심 원자재의 유럽 내 추출·가공·생산·재활용 비중을 높이는 핵심원자재법을 발표했습니다. EU 중심의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죠.

이에 미국 투자에 집중했던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 신경써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이하 배터리법)도 EU 본회의에서 승인돼 유럽 내 재활용 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K-배터리 유럽 배터리 생산공장 지도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폴란드·헝가리로 헤쳐모인 K배터리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 투자가 집중된 유럽 내 국가는 폴란드와 헝가리입니다. 국내 배터리 셀 제조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각각 공장을 두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연산 90GWh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은 지난 2016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는데요. 이는 유럽의 첫 대규모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기지였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유럽 내 가장 규모가 큰 배터리 셀 공장이지만, 지난해 중국 CATL이 헝가리에 73억4000만 유로(약 10조7000억원)를 들여 연산 10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곧 기록이 깨질 전망이죠.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미국 완성차업체인 포드, 튀르키예 코치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요.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25GWh 규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요.

특히 국내 배터리 셀 업체가 완성차업체와 유럽서 합작공장을 짓는 것은 국내 최초 사례라고 하는데요. 다만 이 협약 체결까지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온의 자리를 대신 꿰찬 것이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3월 SK온은 포드, 코치와 합작공장 MOU를 체결했지만, 올 2월 MOU를 공식 종료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LG에너지솔루션이 MOU 체결을 발표했죠.

K배터리 셀 업체 유럽 생산공장 지도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SK온은 헝가리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SK온은 헝가리 북서쪽에 위치한 코마롬에 2020년 1공장, 2022년 2공장을 완공해 운영하고 있고요. 이어 이반차 지역에 3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2024년 완공되는 이반차 3공장은 연간 30GWh 규모로, SK온은 헝가리에서만 47.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SK온이 헝가리 북서쪽에 거점을 마련했다면, 북쪽에는 삼성SDI의 생산 공장이 자리해있습니다. 삼성SDI는 지난 2017년 괴드 지역에 30GWh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인데요. BMW, 스텔란티스 등 고객사의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증설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10GWh를 늘려 40GWh 규모까지 확장할 계획이죠.

이와 함께 오스트리아 그라츠에는 중대형 배터리 팩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배터리 셀을 모아 팩으로 만드는 공장이죠. 이는 지난 2015년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배터리팩 사업을 인수한 것인데요. 당시 삼성SDI는 마그나 슈타이어의 전기차용 배터리팩 사업 전담 자회사 '마그나 슈타이어 배터리 시스템스'의 지분을 100% 사들이며 사업장을 비롯해 개발·생산시설 등 전 자산을 인수했습니다.

유럽 투자 활발한 소재사

셀 업체뿐 아니라 소재·재활용 업체 역시 폴란드와 헝가리에 생산 시설이 집중돼 있는데요.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 육성 차원에서 지난 2021년 LG전자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운영하던 배터리 분리막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분리막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분리막 코팅 작업이 주로 이뤄집니다.

이에 LG화학은 분리막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일본 도레이와 손잡고 헝가리에 분리막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헝가리 북서부 뉠게주우이팔루에 있는 도레이 관계사 공장 부지에 분리막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도레이의 분리막 필름 생산 기술과 LG화학의 분리막 코팅 기술을 결합한 것인데요. 여기서 생산된 분리막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등에 공급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올해 안에 가동을 시작해 오는 2028년까지 연간 생산능력 8억㎡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K배터리 소재·재활용 업체 유럽 배터리 생산공장 지도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에코프로는 올 4월 국내 양극재 기업 최초로 유럽 현지에 생산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헝가리 데브레첸에 44만282㎡(약 13만3185평) 규모로 오는 2024년 준공, 2025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 헝가리 공장은 에코프로비엠(BM)을 비롯해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에이피(AP) 등 계열사가 함께 추진하는데요. 가장 큰 힘을 싣는 것은 양극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입니다. 에코프로는 이번 헝가리 공장 구축을 통해 연산 10만8000톤(t)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되죠. 이는 연간 전기차 135만대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롯데알미늄도 지난 2019년 헝가리 터터마녀에 양극박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1년 완공했습니다. 이 공장은 연간 1만8000톤 규모의 이차전지용 양극박을 생산하는 유럽 유일 양극박 전용 공장이라고 해요. 롯데알미늄은 이차전지 수요 급증을 감안,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SK그룹 소재사들은 폴란드에 거점을 마련했습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19년 글로벌 생산법인 설립을 결정, 2021년부터 폴란드 실롱스크에서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분리막 생산 1공장은 연산 3억4000만㎡(분리막은 면적 단위로 생산 규모 산정) 규모로 생산 중인데, 올해 중 쌍둥이 공장인 2공장도 가동에 돌입합니다. 3·4공장은 각 4억3000만㎡의 생산 규모로 내년 말 양산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4공장까지 완공되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생산능력은 15억4000만㎡에 달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되죠.

SKC의 자회사인 SK넥실리스도 2024년부터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연간 5만톤 규모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인데요. 총 9000억원을 투입해 유럽 최대의 생산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EU 지속가능한 배터리법 개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배터리법이 불러올 '재활용' 호황

유럽 배터리법 통과에 따라 재활용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인데요. 배터리법은 배터리 업계의 친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로, '재활용'을 방점에 두고 있습니다. 법 발효 8년 후인 2031년부터 배터리 생산 시 핵심 원자재의 재활용이 의무화되고요. 폐배터리 재활용 장려를 위해 폐배터리에 있는 니켈·코발트·리튬 등 핵심 광물의 수거도 의무로 규정했습니다.

유럽 등 해외 국가에 다수 공장을 보유한 성일하이텍의 성장이 기대되는 점도 이 때문인데요. 성일하이텍은 지난 2014년부터 말레이시아를 비롯, 중국, 헝가리, 인도, 폴란드에 법인 및 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헝가리 시게트센트미클로시에 1만톤 규모의 배터리를 처리하는 제1리사이클링파크와 함께 바토니테레네에도 5만톤 규모의 제2리사이클링파크가 있습니다. 제1리사이클링파크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스크랩 등을 재활용하는 시설이라면, 제2리사이클링파크는 배터리 방전·해체 공정까지 진행합니다.

▷관련기사 : 매출 1조 바라보는 성일하이텍 '핵심사업은…'(2022년 9월13일)

작년에는 포스코홀딩스와 손잡고 폴란드에도 진출했습니다. 양사는 폴란드 브젝돌니에 연산 7000톤의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를 준공했는데요. 포스코홀딩스가 투자 비용을 대고 성일하이텍이 공장 설계와 설비 도입, 건축, 운영 등을 맡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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