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고백부터 해보면, 독자들께서 공시줍줍에 보내주시는 질문에 답변드리기 위해 [피드백]코너를 따로 만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답변하지 못하는 질문이 점점 쌓여가고 있어요.
취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까다로운 답변을 숙제로 내주신 질문도 있고, 언론사로서 답변하기 곤혹스러운 질문(이를테면 특정 주식을 잘 파는 시점)도 있어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을 먼저 답변하되, 어려운 숙제도 잊지 않고 하나씩 해결하려 노력해보려고 해요.
최근 "공시줍줍 내용이 너무 공모주 중심으로 채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어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까지 공모주 시장이 계속 뜨니까 그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고요. 오늘 공시줍줍 피드백에선 이러한 질문 혹은 지적에 답변하려고 해요.
공시줍줍팀은 공모주 시장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어요. 그동안 공모주는 기관투자자 또는 고액자산가 중심의 시장이었고, 소액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죠. 공시줍줍을 처음 시작하던 작년 7월만 해도 주변에 공모주 투자해봤다는 지인은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였어요.
기존 언론에서 다뤄온 공모주 기사는 "증거금 몇조 몰렸다. 경쟁률은 얼마다.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다. 나중엔 급락했다"와 같은 유형의 보도가 대부분이었고, 그런 보도를 보면서 스스로 질문해봤어요.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이지?"
공모주 청약은 비상장기업이 주식시장에 데뷔하면서 투자자와 처음 마주치는 순간이고, 공시줍줍은 그런 순간을 상세히 기록하며 독자들과 나누고자 해요. 올해는 특히 청약금액에 관계없이 최소수량(보통 10주 또는 100주)을 청약하면 같은 수량을 받을 수 있는 균등배정을 시작하면서, 고액자산가가 아니어도 발품(아니 손품)만 판다면 공모주 시장에 접근할 기회도 생겼어요.
물론 공모주도 손실을 볼 수 있어요. 원금보장 상품이 아니에요. 어떤 공모주는 환매청구권(상장 후 3~6개월가량 공모가의 90% 선에서 주식을 되사주는 제도)이 있긴 하지만 역시 원금보장 개념은 아니죠. 많은 공모주가 그랬던 것처럼 상장 초기 가격 변동성이 크고,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 흐름을 보이기도 해요. 공시줍줍이 공모주를 다룰 때마다 투자위험 요소도 최대한 상세하게 소개하는 이유예요.
그럼에도 공모주는 통계적으로 보면 이미 상장해 있는 기업과 비교해 소액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부담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임은 부정할 수 없어요.
공모주는 주식시장에 슬금슬금 들어와서 거래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에게 보여줄 자기소개서를 매우 상세하게 적어서 신고해야 해요. 그 문서를 증권신고서라고 불러요. 또 증권신고서가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과해 효력이 발생하면, 투자설명서라는 문서를 제출하고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권유하는 행위를 시작해요.
금융감독원에서 기업공시를 심사하는 부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도 바로 공모기업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살피고 부족한 점이 없는지 따져보는 일이에요. 부족한 내용이 있으면 거침없이 '정정 요구'를 하고, 이때는 모든 공모 일정이 '올스톱' 되죠. 최근에도 아모센스, 에이치피오, 삼영에스엔씨 등 많은 공모 예정 기업들이 정정 요구를 받았어요.
마치 면접관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고 서류심사를 하듯 말이죠. 그래서 금융당국에서 증권신고서 심사를 담당하는 한 취재원은 "증권신고서가 기업공시의 종합판이다"고 해요.
그런데 증권신고서는 분량이 정말 길어요. 300페이지는 기본으로 넘어가죠. 소설책도 몇 페이지 넘기면 하품나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전문적인 내용이 담긴 증권신고서는 어떨까요.
그래서 공시줍줍팀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빅히트,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SK바이오사이언스, 그리고 바로 오늘(4월 28일) 공모주 일반 청약을 시작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까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공모주를 다룰 때 가장 먼저 증권신고서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 기사부터 시작해요. 공시줍줍팀 내에서 서로 안 하려고 미루기도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기사를 마감하고 나면 보람도 느껴요.
증권신고서를 분석할 때는 투자자들이 방대한 분량 속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읽어야 하는지 공유함으로써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요.
어떤 독자께서는 이런 피드백을 주셨어요.
"개인적으로 공모주 투자는 하지 않고 있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다르다. 알려줘서 고맙다."
공시줍줍팀은 앞으로도 공모주 열풍에 묻어가려고 해요. 가장 빠르진 않더라도 가장 친절하게 많은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에요. 물론 상장기업이 발표한 어려운 공시 내용을 분석해 쉽게 전달하는 것이 공시줍줍의 취지인 만큼 다양한 공시 유형에 대한 탐구도 게을리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오늘 청약을 받는 SKIET 공모에 참여하는 모든 공시줍줍 독자들에게 부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해요.
그동안 [공시줍줍]을 통해 3차례에 걸쳐 김보라 기자가 ①사업내용(4월 14일자 [공시줍줍]두 번째 '공모' 대어 SKIET, 뭐하는 곳일까) ②공모가 결정 방법(4월 16일자 [공시줍줍]SKIET 공모주 가격, 어떻게 결정했을까?) ③공모주 청약 방법(4월 23일자 [공시줍줍]SKIET 공모주 청약…증권사당 52만5000원 준비해야)을 살펴봤는데요. 더 자세한 사항은 해당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SKIET 공모청약을 고민하시는 독자분들을 위한 참고사항을 끝으로 오늘의 공시줍줍 피드백을 마칠까 해요.
# 청약수수료 SK증권 '선불' 한국투자 '후불'
증권사에 따라 공모주 배정 결과와 관계없이 청약 수수료를 받기도 해요. 보통 영업점을 방문해서 청약하면 4000~5000원 수수료를 받는데, 대부분 청약자는 온라인(스마트폰, PC)으로 청약하죠. 그래서 온라인수수료가 중요한데요. 이번 SKIET 일반청약을 받는 증권사 5개(미래에셋, 한국, SK, 삼성, NH) 중에서 온라인수수료를 받는 곳은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두 곳이에요. 그런데 방법이 달라요.
온라인으로 SK증권에 청약하는 분들은 청약증거금(청약주식수×공모가의 절반)에 추가로 2000원을 더 준비해야 해요. 청약수수료를 '선불'로 먼저 떼면서 접수를 받기 때문에 2000원이 모자라면 청약이 이뤄지지 않아요. 따라서 온라인으로 SK증권에 청약할 때 필요한 최소 금액은 52만5000원(10주 청약시)이 아닌 52만7000원이라는 점.
*SKIET 공모가(10만5000원) × 10주(최소 청약 단위) × 50% = 52만5000원에 온라인청약수수료(2000원)를 더해서 최종 52만7000원.
한국투자증권도 청약수수료 2000원을 받는데 다만 '후불'이에요. 청약증거금을 환불(5월 3일)할 때 2000원 떼고 주는 개념이어서 한국투자에 청약할 때는 52만5000원만 넣어두면 돼요.
# 미래에셋, 한국투자 청약 기간에 계좌 만들어도 청약 가능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면 대부분 공모청약 시작일 전날까지 증권계좌를 만들어야 해요. 다만 일부 증권사는 청약 기간에 계좌를 만들어도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요.
이번 SKIET 일반청약을 받는 증권사 5개 중 청약 기간(4월 28~29일)에 계좌를 만들어도 참여가 가능한 증권사는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두 곳인데요. 다만 청약 기간에 영업점에서는 계좌를 만들 수 없고, 온라인, 또는 은행연계계좌를 만드는 것만 가능해요.
# 비례배정까지 받으려면?
청약방식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똑같은 일괄청약방식이에요. 이는 균등배정과 비례배정을 따로 신청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청약 수량 얼마를 입력하든(ex 10주, 1000주) 자동으로 균등배정과 비례배정 신청자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리는 방식.
물론 청약경쟁률 10:1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10주를 신청한 사람이 비례배정으로 1주를 받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균등과 비례를 따로 신청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
일괄청약의 반대말은 분리청약인데요. 이는 그룹을 나눠서 균등배정에 참여하는 A그룹, 비례배정에 참여하는 B그룹에 각각 청약하는 방식. 다만 아직은 분리청약을 진행하는 공모주는 없어요.
많은 독자께서 주시는 질문 가운데 "청약자금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균등배정과 비례배정을 모두 받으려면 5개 증권사에 나눠서 청약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한 곳에 집중하는 게 좋은지 알려달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각자의 선택이 있겠지만, 일단 SKIET 청약을 받는 5개 증권사 중 본인이 계좌를 보유한 증권사에 모두 최소 청약수량 10주씩을 청약하고, 남은 돈은 청약 마지막 날(29일)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에 집중하는 게 공모주투자자들이 사용하는 일반적 방법이에요. 참고로 SK바이오사이언스 때는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300주를 청약한 투자자부터 비례배정 주식이 돌아갔어요.
이를 SKIET에 대입해보면 약 1600만원의 증거금을 한 증권사에 넣으면 비례배정의 마지막 순번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보다 경쟁률이 높아진다면 배정 결과도 달라지겠죠.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보너스 트랙: 공모주 투자에 참고할 만한 공시줍줍 기사]
①환매청구권 개념: 2020년 10월 23일자 [공시줍줍]공모주 '환불원정대' 정말 가능한가요
②상장공모 종합정리: 2020년 12월 18일자 [공시줍줍]2020년을 달궜던 공모주, 전격해부
③공모투자 종합정리: 2020년 12월 29일자 [공시줍줍]2021년 공모주 투자…A부터 Z까지
④균등배정 개념: 2021년 1월 29일자 [공시줍줍]공모주 청약, 이젠 마통 안 뚫어도 된다
⑤공모 청약 방법: 2021년 3월 2일자 [공시줍줍]그래서 SK바이오사이언스 어떻게 청약하냐고요?
⑥공모주 이체 방법: 2021년 3월 23일자 [공시줍줍 피드백]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도 계좌이체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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