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이후 인공지능(AI) 반도체 테마가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미래도 출시…AI 반도체 ETF 4종으로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와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이 상장했다. 두 상품은 AI 기술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HBM은 기존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뛰어난 데이터 전송능력을 가진 반도체다. 최근 AI 기술 발전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HBM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HBM 시장은 지난해 약 3조원에서 2025년 약 13조9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 지난해 기준 HBM 시장의 50%를 점유한 SK하이닉스와 40%를 점유한 삼성전자뿐 아니라 HBM 전·후공정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후공정기업인 한미반도체 주가는 연초 1만원에서 현재 6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HBM 관련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자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4월 발 빠르게 관련 ETF를 출시했다. 뒤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달 'ACE AI반도체포커스'를 선보였으며, 지난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따라서 ETF를 내놨다.
현재까지는 가장 먼저 상품을 출시한 신한운용의 SOL 반도체소부장Fn이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80억원으로 상장한 ETF는 28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더 끌어모으며 순자산총액 2915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83억원 규모로 상장한 ACE AI반도체포커스는 현재 97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ETF 양강인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을 비교하면 ETF 규모 자체는 미래운용이 더 컸으나 삼성운용이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500억원으로 상장한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는 현재까지 185억원의 자금을 모아 규모를 685억원으로 늘렸다. 750억원 규모로 출시한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108억원의 자금이 유입하며 858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어떤 ETF를 골라야 하나
4종 ETF는 공통적인 테마를 가진 상품인 만큼 구성종목이 유사하지만 투자종목을 담는 방식과 비율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HBM 생산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했는지 여부다.
ACE AI반도체포커스는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0%에 달하는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으나, 다른 3종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지만 이외에도 다른 사업을 하고 있어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HBM 대장주로 평가받는 한미반도체의 투자 비중을 눈여겨 봐야한다.
우선 SOL 반도체소부장Fn은 지난 27일 기준 한미반도체를 12.36% 비중으로 담고 있다. ACE AI반도체포커스는 26.43%로 가장 투자 비중이 높다. 이밖에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와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각각 23.21%, 16.64%의 비중으로 한미반도체에 투자하고 있다.
ACE AI반도체포커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HBM에 관련된 대표기업 3종목에 집중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 한미반도체 비중이 가장 높았다.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도 핵심 종목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면서 한미반도체 외 ISC, 리노공업도 15%에 달하는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한미반도체 외에는 모든 종목을 비슷한 수준으로 고르게 투자하면서 비중이 작아졌다. SOL 반도체소부장Fn은 HBM 관련주뿐 아니라 반도체 관련 소부장기업에도 투자하고 있어 한미반도체 투자비율이 가장 낮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HBM 관련주에 골고루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투자 비중이 분산된 상품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핵심 종목 특히 한미반도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투자 비중이 높은 상품을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