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발(發) 전세대란을 우려해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은 정부 전월세 대책의 단골손님인데요. 실제로 적용된 예는 없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말 강동구 고덕시영(2500가구), 송파구 가락시영(6600가구)을 대상으로 적용 여부를 검토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한 바 있습니다.
집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재건축을 하게 되면 철거부터 입주까지 2~3년간은 주택이 멸실(滅失) 상태가 되죠. 작년부터 강남4구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붙이면서 멸실 주택이 늘어나게 된 겁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3년 유예된 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게 원인입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강남4구의 주택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6500가구(공급 1만2304가구, 멸실 1만8838가구), 내년에는 6800가구가 모자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같은 물량 부족 현상은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되고 위례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는 2017년(+8600가구)부터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4구에서 올해 5월부터 내후년 1월까지 이주가 잡혀 있는 단지는 12곳(2만6000가구)입니다. 이주시기 조정 대상 단지들인 셈이죠. 특히 개포동, 고덕동, 둔촌동 주공단지들이 시범케이스가 될 확률이 큽니다. 물량이 많은 데다 주변에 이주민들을 받아줄만한 주택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둔촌주공을 예로 들었는데요. 둔촌주공의 경우 사업시행인가(4월2일) 시점에는 실제 이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시기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관리처분인가 시점(올해 12월)에는 시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설령 시가 이주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이주에 들어가면 무의미한 행정절차가 될 수 있습니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입니다. 조합에서 정한 이주기간 전이라도 이사를 가면 그뿐이죠. 서울시가 가락시영에 대해 이주시기 조정을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시기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3분의 2 가량이 이사를 갔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이주를 막을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주시기를 조정하겠다는 것은 공염불”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