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예외 조항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불과 1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는 공약 재원 마련과 세수 부족의 해결책으로 세금감면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오히려 이명박 정부보다도 미흡한 모습이다.
지난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부터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존에 깎아주던 세금 혜택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도 재원 마련에 빨간 불이 켜지며 좌초 위기에 몰렸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폐지하는 비과세·감면 항목은 7개, 신설 항목은 6개로 집계됐다. 순수하게 줄어드는 항목은 1개인 셈이다. 비과세·감면 가운데 8개 항목은 혜택이 일부 축소됐다.
올해까지만 적용되는 비과세·감면 항목은 53개로 이 가운데 13%(7개) 정도만 폐지된다. 나머지 87%(46개)는 혜택을 연장한다. 게다가 근로·배당소득 증대세제 패키지 등 6개 항목을 신설하면서 비과세·감면 정비 실적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가 직접 정비한 비과세·감면 항목은 2012년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2년에는 21개을 폐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9개의 비과세·감면을 없앴다. 같은 기간 새로 만든 감면 항목이 2012년과 2013년 각각 5개·10개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줄어든 항목은 16개와 9개였다.
세금감면 정비 규모는 더욱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 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감면 규모는 7조8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실제로 폐지한 경우는 3161억원(4%)에 불과하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근로소득 증대세제 1000억원을 포함해 총 1930억원의 비과세·감면 항목이 신설된다.
올해 신설하는 항목과 폐지·축소 항목을 합산하면 실제로 줄어드는 세금 감면은 1231억원이다. 지난해 정비한 3조233억원(신설 1875억원, 폐지·축소 3조2108억원)에 비해서는 4%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에 정비한 규모 1조4632억원에 비해서도 8%에 그친다.
최근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일몰을 연장하면서 추가로 걷지 못하는 세수는 5년간 20조원에 달한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5조원과 8조원씩 일몰 연장 세수가 발생했다. 올해 정비하지 못한 세금감면 규모는 2년 사이 4배, 1년 전보다는 2.5배 늘어난 것이다.
올해부터 세금감면 정비가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는 대형 비과세·감면 항목들이 대부분 연장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에서 5년간 5조388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깎고, 중소기업 특별세액공제 3조7872억원, 농어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4조4055억원, 생계형저축 비과세 1조9256억원 등에서 세금 감면이 더 시행된다.
정부의 재원 마련 대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135조원의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국세청과 관세청에서 목표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비과세·감면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재부가 비과세·감면 정비로 세운 목표치는 올해 1조8000억원을 포함해 2017년까지 18조원이다. 그러나 올해만 20조원의 세금감면 기회를 날렸고, 실제 정비 규모는 1231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1/10에도 못 미친다. 공약가계부의 수정 여부와 세수확보 대안에 대한 논의는 다음 주부터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