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에서 물건을 살 때 쿠폰으로 할인한 금액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빼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소비자가 쿠폰을 통해 가격을 깎았다면 세금도 그만큼 덜 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다.
그동안 국세청이 쿠폰 사용 전 가격으로 부가가치세를 매긴 것도 모두 위법 처분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인해 할인 쿠폰을 발행해온 홈쇼핑 업체들은 각각 수십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돌려받을 전망이다.
18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이달 초 GS홈쇼핑이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국세청이 GS홈쇼핑에 부과한 23억원의 세금이 잘못됐으니, 돌려주라는 내용이다.
◇ 국세청 "쿠폰은 인정 못해"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홈쇼핑은 소비자를 상대로 상품을 팔아주는 대신, 판매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즉 소비자가 지불한 상품 가격에는 회사에서 정한 공급가격과 홈쇼핑이 가져간 판매수수료, 국세청에 내는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것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바이어 쿠폰'도 발행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할인 쿠폰을 주고 가격의 일부를 깎은 것인데, 판매회사를 상대로도 수수료에서 쿠폰 사용액을 빼고 받는다. 그만큼 최종 소비자가격도 낮아지기 때문에 국세청에 내는 부가가치세도 줄어든 것이다.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볼 게 없다. 쿠폰 발행에 따라 가격이 할인되더라도 홈쇼핑에 지급할 정산금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쿠폰을 통해 상품 판매가 늘어나면 매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홈쇼핑의 쿠폰 할인 가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2012년 2월 GS홈쇼핑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발행한 세금계산서에서 쿠폰을 차감하기 전 금액으로 다시 세금을 매겼다. 매년 쿠폰을 통해 줄어든 세금이 1억원에서 4억원 사이였고, 모두 합치면 23억원에 달했다. GS홈쇼핑은 국세청의 세금 부과 처분이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을 거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 홈쇼핑 "수수료도 덜 받았다"
조세심판원까진 홈쇼핑의 할인 쿠폰에 세금을 부과한 게 맞다는 결정이 나왔지만, 법원의 해석은 달랐다. 홈쇼핑도 할인 쿠폰을 통해 판매수수료를 적게 받은 만큼 세금도 더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바이어 쿠폰 할인 금액은 홈쇼핑이 받은 판매수수료에서도 직접 공제됐다"며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차감되는 에누리액에 포함되므로 국세청의 과세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밝혔다.
홈쇼핑 할인 쿠폰에 대한 세금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홈쇼핑도 할인 쿠폰에 부과된 20억원대 부가가치세를 돌려달라는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이 계속 인용될 경우 다른 홈쇼핑 회사는 물론 2011년 이후 과세연도에 대해서도 소송이 불거질 수 있다.
세금 소송을 둘러싼 법무법인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승소 판결을 받아낸 GS홈쇼핑의 부가가치세 재판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담당했고, 현재 진행 중인 우리홈쇼핑 재판은 법무법인 세한이 맡고 있다. 소송을 당한 영등포세무서도 법무법인 세령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