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감법 제9조(비밀엄수) 적용대상에 해당하는 정보이며, 공개될 경우 공인회계사 개인의 경영·영업에 있어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어 정보공개법 제9조에 따라 비공개합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민 회계사 징계결과 비공개 사유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 회계사의 생계 걱정을 앞세웠는데요. 이같은 처분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
# 세무·변호사는 모두 공개
금융위가 징계받은 회계사 명단을 감추는 것과 달리 다른 전문직군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이들의 개인정보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세무사회는 세무사법 시행령 제22조에 근거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징계받은 세무사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징계 세무사에 처분 결과를 통보한 뒤 그 내용을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겁니다. 징계 받은 세무사는 이름과 등록번호는 물론 소속 법인의 명칭과 주소까지 노출됩니다.
변호사도 마찬가집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 시행령(제23조의2)을 근거로 협회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변호사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징계처분이 있은 지 2주 안에 법률 소비자는 변호사의 이름과 생년월일은 물론 변호사사무소의 명칭과 주소, 징계사유와 처분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출처: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
# 소비자 알 권리 보장
범죄사실이라는 치명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는 전문 자격사와 소비자 간 정보비대칭 해소를 위해섭니다. 이는 문제가 있는 세무·변호사를 소비자에게 알려 피해를 예방하고 업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순기능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금융위로부터 징계받은 회계사의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위마저 공개를 거부했는데요. 회계서비스 소비자로서는 어떤 회계사·회계법인을 피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는 공인회계사법 시행령에 '공개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세무·변호사법과 달리 회계사법 시행령 제37조에는 "징계 회계사에게 징계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통보 규정'만 담고 있습니다.
# 명단공개로 개혁 첫 걸음
금융당국과 회계사회는 회계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감사에 대한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지금이 제도 개혁의 적기입니다. ☞관련기사: 회계법인 '자유수임제' 뜯어 고친다
앞서 TF는 '지정감사제 확대' 방안을 내놨는데, 회계사들에게 전문가의 권위를 회복시켜줄 방안으로 환영받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9일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제도 개선에 공감한다고 밝혀, 업계의 기대는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TF가 제 밥그릇만 챙겨서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자기 희생방안도 내놔야 합니다. 비리 회계사 명단공개가 대표적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징계 회계사의 명단 공개와 관련해 "다른 전문 자격사 수준의 징계와 징계처분 공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법안 발의 등을 통해 해당 내용을 손 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