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으로 규정한 다주택자를 다시 한 번 정조준 했다. 종합부동산세율을 최대 6%까지 높이고, 세금 회피를 위한 수단인 법인에도 규제를 가해 틈새를 막았다.
이와 함께 등록 임대사업에 대해서도 장‧단기 매입임대를 폐지하고 등록 사업자의 공적 의무를 정례화 하는 등 철저하게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는 1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택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 풍부해 시장 불안정성 요인이 존재한다"며 "주택시장의 높은 기대수익률을 낮추지 못하면 주기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정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 다주택자 종부세율 최대 6%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구간별로 1.2%에서 최대 6%까지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발표된 12.16대책(최대 4%)보다 상향 조정된 것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크게 늘리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내 2주택 이상인 경우 보유 주택의 시가가 8억~12억2000만원이면 종부세율이 1.2%, 123억5000만원이 넘는 다주택자는 최고 세율인 6%가 적용된다.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 매매를 막기 위해 양도소득세율도 높이기로 했다. 1년 미만 보유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은 70%로, 2년 미만 주택을 팔 때는 양도세율 60%가 적용된다. 다만 양도세율 인상은 매물 유도를 위해 내년 종부세 부과일(2021년 6월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다주택자와 법인 등이 주택을 매입할 때 부과되는 취득세율도 인상한다. 개인이 두 번째 주택을 매입할 경우 8%, 3주택 이상 매입하는 개인을 비롯해 법인에게는 12%가 부과된다.
법인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이 법인을 설립하며 세금부담을 줄이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우선 다주택 보유 법인은 개인 중과 최고세율인 6%를 적용한다. 법인의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액에 대해서는 기본공제 6억원과 세부담 상한도 적용하지 않는다. 취득세에 대해서도 개인의 법인 전환을 통한 세부담 회피를 막기 위해 부동산 매매‧임대업 법인은 현물출자에 따른 취득세 감면혜택(75%)을 없애기로 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인상하기 위해 재산세 부분도 개선, 법인을 통한 세부담 완화 방법도 차단한다. 부동산 신탁(위탁자가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재산권을 관리‧처분토록 하는 것)시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납세자를 수탁자(신탁사)에서 원소유자(위탁자)로 변경한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신탁하면 수탁자가 납세의무자가 돼 종부세 부담이 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 등록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없앤다
정부가 등록을 독려했던 임대사업자에 대한 제도도 전면 수정한다.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를 폐지한다. 단기임대 신규 등록과 장기임대로의 유형 전환을 없애 이들에게 주어졌던 세제혜택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폐지되는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폐지되는 단기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로 등록한 기존 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이 지나면 즉시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된다. 이미 등록된 주택은 등록말소 시점까지 세제혜택은 유지된다.
다만 임대의무기간 종료 전 자진말소를 희망하면 공적의무를 준수한 적법 사업자에 한해 자발적인 등록말소가 허용된다. 이들은 임대의무기간 준수 위반 시 발생하는 과태료도 면제된다.
등록 임대사업자 관리도 강화한다. 매년 이들에 대한 공적 의무(임대의무기간, 임대료 증액제한, 임대차계약 신고 등) 준수의 합동점검을 정례화하고,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행정처분(과태료 부과, 등록 임대사업자 등록말소, 세제혜택 환수)을 통해 등록 임대사업 내실화를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달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조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 부과가 모두 대폭 강화돼 주택 단기보유자와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기 이익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가 일부 부동산 투기 활용 등 주택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어 제도를 대폭 개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