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혹은 유예 가능성을 두고 부동산시장이 뜨겁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채, 네채 갖고 있는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고 언급하면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가 최고가에 정해진 것을 두고 "주택공급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적정 분양가 책정"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1일 신년사를 통해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천명했다.
일제히 주택공급을 강조하면서 다주택자의 매물 유도, 분양아파트 공급 등으로 기존 규제일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의 조치로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 매물출현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에 따라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는 동시에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율도 함께 인상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기존보다 10%포인트씩 인상해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로 높아진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때 양도차익의 최고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올해 6월1일 이후 적용키로 하면서 해당 기간 집을 팔도록 유도했지만 다주택자들은 여전히 팔기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분위기다. 6월1일 이후 중과세가 인상되지만 기존에도 최고 62%로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관련기사☞[2021 부동산이 궁금하다]종부세 폭탄, 다주택자 이래도 버틸까
이 때문에 정부가 양도세를 과감하게 풀지 않으면 '매물 출현→가격하락'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미 2019년 12.16대책을 발표하며 그해 12월17일부터 2020년 6월30일까지 6개월 남짓 양도세 중과 적용을 배제한 바 있다.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해줬다. 다만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 주택으로 한정했고 기간도 짧아 매물이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았다. 증여만 늘어나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유예기간을 길게 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지난번처럼 10년이상 보유 물건 등으로 조건이 달리면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더는 중과유예 조치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과거보다 집을 팔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2법 시행으로 임대기간이 최장 4년으로 연장되면서 전세를 안고 팔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양도세 감면 기간을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정도해야 다주택자들에게 팔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이 과정에서 결국 갭투자 수요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부담이다. 전세 임대기간중 매물로 내놓을 경우 매수자가 입주하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갭투자 없이는 매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책 효과를 보려면 양도세 중과세를 과감하게 풀어야하지만 이는 정책 일관성은 물론이고 이번 정부에서 강조하는 불로소득의 환수, 투기수요 차단 등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란 점에서 부담이 커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양도세 감면폭이 적으면 매도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고 감면폭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크다면 정부가 지목했던 투기세력의 차익실현을 해주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7.10대책을 발표한 후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고 제도를 시행하기도 전에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기도 하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를 의식한 조치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여당은 공식적으론 양도세 완화를 검토한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같은 설왕설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요인은 커지고 있다. 내년 대선까지 앞둔 상황에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에선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한 기대로 다주택자 매물은 더욱 잠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양도세 완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내년 대선 전까지는 '일단 버티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왜곡할 여지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