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①2000년대 초 '뉴타운 열풍'의 명암(6월9일)
▷관련기사: ②뉴타운 '출구' 전략, 공급 절벽의 씨앗(6월11일)
2012년, 박원순 전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시행된 9년 동안 정비구역 393개 구역이 해제됐다. 대안으로 내걸었던 도시재생사업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해제구역들은 노후도만 높아졌다. 예견됐던 공급 절벽이 현실화되기 시작했고 도시는 더욱 슬럼화되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오세훈 시장이 10년 만에 복귀하며 서울 정비사업 활성화를 예고했다.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내세우며 평균 15년이 소모되는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단축하고자 했다.
신통기획, 어떻게 달라졌나
재개발·재건축은 크게 '정비계획 수립 → 정비구역 지정 → 추진위원회 → 조합설립인가 → 사업시행인가 → 관리처분인가 → 이주·철거 → 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각 단계마다 주민 동의율 요건, 각종 심의와 인허가 절차가 붙는다. 특정 단계에서 분쟁이 발생하거나 행정 처리가 밀리면 후속 절차까지 통째로 늦어진다.
신통기획은 이 흐름에서 맨 앞 단계, 정비구역 지정까지의 병목 현상을 겨냥했다. 기존에는 조합 측이 정비계획안을 짜서 제출하면 서울시 심의를 거치는 구조였는데, 심의에서 반려되면 수정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먼저 가이드라인을 잡아줌으로써 행정 비효율 문제를 줄이겠다는 설계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평균적인 정비사업 소모기간은 약 21년에 달하는데, 신속통합기획은 이를 12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역 지정 방식도 바꾸었다. 종전 뉴타운 사업 지정 방식은 시장·구청장이 뉴타운 지구를 지정하고 정비구역을 나누던 '탑-다운' 방식이었다. 신통기획은 주민들이 직접 동의서를 모아 사업지를 신청하는 '바텀-업'으로 진행할 수 있게 했다.
그 외에도 시는 지난 2024년도 3월, '사업성 보정계수'를 도입했다.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서 용적률을 추가 허용할 경우 공공기여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임대주택 대신 일반분양 물량을 확대하는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개선해 차질을 방지하고자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입 전 평균 5년이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이 도입 이후 평균 2년 7개월로 줄었다. 오세훈표 신통기획은 출범 이후 4년 간 대상지 257곳이 선정됐고, 이 중 153곳이 구역지정을 완료했다.
신속통합기획, '신속했냐'는 시각도?
일각에선 신통기획으로 침체됐던 정비사업이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지역 정비사업이 빨라진 결과 역시 제도의 개선 때문이 아니라 집값 상승에 배경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10월 기준, 서울시에 따르면 신통기획 등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대상지로 선정된 257곳 중 착공 단계에 진입한 사업지는 4곳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는 16곳, 조합설립인가 단계를 거친 사업지는 63곳이다. 전체 대상지 중 약 67%의 사업지들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중 2021년 당시 서울시가 발표했던 재개발 1차 공모 선정지 21곳 중 사업시행자 문턱에 도달한 곳은 신탁방식 추진구역 2곳이 있다. (상도14구역, 방화2구역)
여당은 전반적인 속도 부진 원인으로 신통기획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5년 국회에서 '속도 잃은 신통기획, 서울시 권한의 자치구 이양을 통한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시 발표를 맡은 이선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서울시 신통기획은 모든 사업이 서울시라는 단일 창구로 몰리는 구조적 병목을 해소하지 못한다"며 "일정 규모 이하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자치구 구청장에게 정비구역 지정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정원오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으로 500가구 미만의 소단지 정비사업에 한해 구청장에게 이관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신통기획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성과를 4년 만에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 또한 관련 해명자료에서 "정비사업은 통상 20년 가까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며 "4년 내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한 구역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신통기획의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5선 성공 오세훈, '쾌속'으로
신통기획 사업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유지·확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오 시장의 지난 공약처럼 신통기획은 향후 '쾌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으로 고도화될 예정이다.
쾌속통합기획을 통해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를 생략하고,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를 동시 처리해 기존 12년 수준의 사업 기간을 10년 안쪽으로 압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시행인가가 전체 동 배치·용적률·층수 등 사업의 큰 틀을 확정하는 단계라면, 관리처분인가는 그 틀 안에서 조합원별 분양 면적·위치·추가 분담금을 가구 단위로 확정하는 단계다.
통상 전자가 완료된 후 후자를 진행하는 순차 구조인데, 이 두 절차를 병행하면 2~3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오 시장 측 설명이다. 여기에 누적 심의 기준을 AI가 사전 점검해 반려·재심의 반복을 차단하는 '신통AI기획'도 병행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해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와 동일한 내용의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가결했다.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으나 실제 적용 시점과 세부 운영 방식은 국회 심사와 최종 공포 내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또한 같은 날 치러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정비사업 특성상 인허가 절차와 주민 협의 과정에 있어 구청과의 협력이 필요한데, 여야가 갈린 서울시-자치구 관계가 사업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