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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더리치]"인스타 마켓서 블루오션 찾는 법은요~"

  • 2020.05.22(금) 09:10

['여우마켓' 운영자 윤여진씨 인터뷰 下]
'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 저자
“레드오션 시장도 아이디어 있으면 블루오션”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 한 장씩은 품고 다닌다죠. '존버'만이 답은 아닌 회사 생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울컥할 때마다 ‘퇴사하고 내 사업 시작할까’ 하는 생각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귀엽고 소중한 월급으로 한 달 살이하기 바쁘지만 또 막상 창업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인데요.

창업은 처음이니까. 현실감 떨어지는 몇 백억 벤처 성공 신화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돈 버는 이야기 먼저 들어보면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돈이 되게 만드는 바로 그 방법. [투더리치]가 창업의 A to Z를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 전해드립니다.[편집자]

윤여진 여우마켓 대표는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려 인스타그램 마켓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자신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여명을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2년 만에 누적 매출 4억원을 돌파하고 팔로워도 1만명 넘게 모았는데요.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고객들과 유대감과 신뢰를 꾸준히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인스타 마켓? 최저가 아니어도 잘 팔려요" '여우마켓' 운영자 윤여진씨 인터뷰 上

이번엔 그에게 인스타그램 마켓의 본질에 좀 더 가까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인스타그램 마켓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인스타그램 마켓을 잘 시작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요. 윤 대표의 노하우를 만나보시죠.

- 왜 소비자들이 인스타그램 마켓에서 물건을 살까요.

▲사람들이 물건이 정말 ‘필요해서’ 살까요? 아니에요. 우리에겐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은 없어요. 지금 집에서 격리된 채로 한 달 살아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음식 말곤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될 거예요. 이미 우리 주변엔 물건이 넘쳐나니까요.

지금까지 대형 유통 플랫폼은 필요한 걸 판매하는 플랫폼이었어요. 지금도 쿠팡 같은 플랫폼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활용품을 많이 사잖아요. 싸고, 빠르고, 믿을 만하니까요.

이제는 예전처럼 '이 물건 너무 신기하지. 살래?', '집에 TV 없는데 살까' 이런 식의 소비시장이 아니에요. 이젠 ‘가지고 싶어서’ 사는 거예요. 소비로 욕구를 충족시키는 거죠. 사실 그 물건을 꼭 가지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도 안 가지면 큰일 날 것 같잖아요.

생필품 이외의 모든 물건, 취향이 담긴 물건은 어디서 사야 할까요.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물건을 유통하는 시장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인스타그램 마켓도 그중 하나예요. 인스타그램에서 검색 몇 번만 하고, 몇 번만 활동하면 알고리즘이 귀신같이 ‘취향 저격’ 인플루언서를 보여주죠.

제가 물건을 팔면 “이런 건 어디서 나는 거예요?” 묻는 고객이 거의 90%예요. 그 사람들은 저만 팔로우하고 있으면 따로 물건을 찾아볼 필요 없어요. 신기한 육아용품은 제가 알아서 그들에게 가져다주니까. 소비를 위임하는 셈이죠.

 

- 기존 유통 플랫폼의 빈틈을 인스타그램 마켓이 메우는 건가요.

▲최근 몇 년간 홈쇼핑 매출이 많이 떨어졌어요. 홈쇼핑은 원래 대량 묶음 판매가 강점이잖아요. 그런데 이제 대가족이 별로 없어요. 같은 물건을 12개씩 사서 나눠 쓸 사람이 없다는 뜻이에요. 또 사람들이 TV를 안보죠. 요즘 20대들 유튜브 보지 TV 아무도 안 보잖아요.

홈쇼핑 업계가 침체되니까 제조업체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홈쇼핑에서 한 가지 상품을 몇 만개씩 팔아서 물량을 소화했었는데, 더 이상 그 기능을 못하는 거예요.

기존 홈쇼핑의 역할을 하는 게 지금 인스타그램에서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들이예요. 홈쇼핑처럼 3~4일에 몇 만개씩 팔아버리죠. ‘저 사람이 파는 물건이니 대략 어떤 상품이겠구나’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마케팅도 되고요.

 

- 제품을 자체 제작해 파는 사람도 있던데요. 어떻게 가능한가요.

▲한국은 제조업과 도매업이 매우 가까이 있는 특수한 나라예요. 1인 사업자도 비교적 제조공장에 접근하기가 쉽죠.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한국에 화장품 공장이 엄청 많아요. 필요한 물건은 다 만들 수 있어요.

최소 제품 수량만 책임질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브랜드 제품을 제작할 수 있어요. 혼자서 1인 화장품 브랜드를 만든 사례도 제 주변에서 많이 봤거든요.

문제는 ‘그렇게 만든 제품을 팔 수 있느냐’죠. 그런 사업자들이 새로운 유통 경로를 필요로 하고요. 백화점 같은 기존 대형 유통 플랫폼에선 이런 소규모 브랜드 제품을 받아주지 않을테니까요.

그때 내 브랜드와 딱 맞는 인플루언서 한 명만 있으면 인스타그램 마켓에서 금방 유명해질 수 있어요. 그다음 사업을 확장하면서 다른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을 팔면 돼요. 인스타그램 마켓 나름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거죠.

 

-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부족하면 장사하기 어렵지 않나요.

▲경험상 지인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나를 팔로우한 사람이 수백 명만 있어도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장사를 시작하고, 물건이 좋으면 팔로워는 늘어나기 마련이에요. 좋은 물건을 정기적으로 판다는 기대감이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팔로우 하거든요. 일종의 선순환이 일어나죠.

반면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올해 초 책을 냈을 당시 팔로워가 6000명대였어요. 그러다 3월에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는데, 그 주에만 팔로워가 2000명 넘게 늘었어요. 그런데 팔로워가 2000명이나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제 매출에 영향이 없어요.

유튜브 채널을 보고 저를 팔로우한 건 인스타그램 마켓에 관심이 있거나, 제가 말하는 데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에요. 저라는 사람 자체를 팔로우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저를 팔로우해도 재미없을 거예요. 인스타그램 마켓 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은 아예 없고, 하루 종일 아이랑 노는 사진뿐이거든요.

오히려 지난 2년 동안 6000명의 아이 엄마들끼리 굉장히 친했는데, 갑자기 2000명의 낯선 사람들이 몰려온 거죠. 이상한 댓글과 질문이 너무 많이 늘었어요. 인스타그램 마켓에 팔로워만 늘어나는 건 아무 소용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 기존 인스타그램 마켓을 벤치마킹하면 빨리 성공할 수 있을까요.

▲골목상권이 살아남는 방법은 대기업을 따라 하는 게 아니에요. 내 팔로워가 500명인데, 팔로워 5만 명인 사람 인스타그램을 맨날 들여다보면서 '이 사람처럼 해야지'라는 식으로 벤치마킹하면 안 돼요.

이미 대기업인데 어떻게 똑같이 따라하겠어요. 팔로워가 5만 명 모일 때까지 그 판매자를 믿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거예요.

그보단 팔로워가 500명밖에 없더라도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특색을 가져야 해요. 그건 어떤 골목상권이나 1인 사업자도 마찬가지죠. 제가 카페를 연다고 해도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을 이길 수는 없잖아요.

 

- 인스타그램 마켓은 이미 레드오션 아닌가요.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인스타그램 마켓은 레드오션 맞아요. 그런데 치킨집도 레드오션이고, 카페도 레드오션이고, 모든 자영업이 레드오션이에요. 그러니 레드오션이라 인스타그램 마켓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어떤 사업도 시작하면 안 돼요. 내가 레드오션이라고 시작하길 주저하던 사이에, 그 레드오션 안에서 나만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들은 다 부자가 됐잖아요. 레드오션이라고 시장을 탓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블루오션은 기다린다고 오지 않아요. 카페 같은 경우도 그래요. 벌써 10년 넘게 ‘카페 너무 많다. 매년 폐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카페로 성공한 사람들은 항상 있어요.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했기 때문에 카페를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거예요.

레드오션이라는 건 거꾸로 생각하면 사업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는 말이잖아요. 저는 사업 초기에 무통장입금도 전부 수기로 확인하고. 제품 주문할 때마다 메일로 하나씩 보냈어요. 지금은 관련 서비스가 잘 되어있어서 그렇게 안 해도 되거든요. 일하기 훨씬 편리해졌으니, 레드오션이라도 오히려 나만의 특색을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인스타그램 마켓을 하려면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가장 기본은 하루에 최소 세 번은 인스타그램에 게시물 올리기. 내 취향을 인정받는 가장 쉬운 방법이죠. 일례로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은 집에서 재활용품으로 직접 만든 아이들 교구에 대한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 한두 달 사이에 팔로워가 5000명 넘게 늘어났어요. 그냥 정보 공유만 하는데도 불구하고요.

이렇게 모인 수천 명의 팔로워들은 정말 순수하고 자발적으로 ‘저 사람 능력 있다’고 믿잖아요. 그때 “나는 원래 내가 직접 만들어 쓰지만, 이 제품은 내가 사서 써보니 진짜 좋더라” 그러면 사람들이 따라서 사지 않을까요? 그게 가장 좋은 인스타그램 마켓 운영법이라고 생각해요.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팔로워를 5000명까지 키워야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본인의 취향이 어떤 것인지 드러내야 해요. 제가 산 특이한 물건을 공유하다 보면 사람들이 “어, 이거 어디서 샀어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내 취향을 어느 정도는 인정받았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일단 한 달만이라도 하루에 세 개씩 게시물을 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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