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로부터 시작된 '단건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단건 배달은 한 번에 한 제품만 배달하는 것을 말한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경쟁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론칭했다. 단건 배달의 경쟁력은 배달원 규모다. 배달원 수가 적을 경우 성공할 수 없는 구조다. 향후 업체들이 더 많은 많은 배달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자본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쿠팡이츠, '단건 배달' 타고 고속 성장
배달앱 업계에서 쿠팡이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론칭 1년만에 점유율 11%를 기록하며 업계 3위로 자리잡았다. 최근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해 월 이용자수(MAU)는 1월 27만 명에서 12월 284만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390만 명으로 업계 2위 요기요(697만 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쿠팡이츠의 성장 원동력으로는 단건 배달이 꼽힌다. 쿠팡이츠는 주로 아르바이트 형식의 배달원 '쿠리어'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업 라이더가 다수 매장에서 상품을 받아 묶음 배달을 진행하는 경쟁사와 달리,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는 배달 시간, 음식 상태 등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쿠팡이츠에 대한 선호도도 올랐다. 성장세에 접어든 만큼 업주 확보, 프로모션 등 소비자 유인 요소 마련에도 여력이 생겼다. 그 덕분에 쿠팡이츠는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 약점을 빠르게 보완하면서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업계 내에서 쿠팡이츠의 절대적 입지는 아직 크지 않다. 배달앱 업계는 배달의민족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요기요의 시장 점유율도 30% 수준이다. 상위 두 업체가 배달앱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매출 1조 995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매출액 1조 원의 벽을 넘어섰다. 그만큼 후발주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 불붙는 배달 대전…결국엔 '쩐의 전쟁'
하지만 쿠팡이츠는 최근 서울 강남권 등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점유율 50%를 넘어서는 등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쿠팡이츠가 빠르게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는 요소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서울·경기권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올해는 대전, 울산, 대구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번달에는 호남·강원·제주에서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점유율 역전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45분 내 배달하는 '번쩍배달'과 자체 배달원 배민라이더스를 통한 단건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반인 라이더 배민 커넥트를 위한 '배민배달앱'을 론칭해 라이더 확보에도 나섰다. 배민배달앱은 기존 대비 가입 과정을 간소화한 앱이다. 요기요도 인공지능(AI)을 통해 배달 시간을 20분으로 줄인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내놨다. 이들 서비스 모두 쿠팡이츠에 비해 유동적이지만 단건 배달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쿠팡이츠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건 배달 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인력이 부족해서다. 각 업체가 직접 단건 배달을 시행할 수 있는 전업 배달원은 배달의민족이 3000여 명, 요기요는 1700여 명에 불과하다. 쿠팡이츠의 경우 별도의 전용 라이더는 없다. 하지만 일반인 배달 인력 시장을 통해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다. 결국 배달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배달앱 시장에서도 자본 경쟁 구도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더 많은 배달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유인할 프로모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맹점주,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 비용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소비자들의 특정 배달앱에 대한 충성도가 타 업계에 비해 낮은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구조상 배달앱은 멤버십 시스템 등 고객 록인(Lock-in)을 위한 서비스를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프로모션 등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야만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건 배달이 업계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극소수만 남는다…라이더·소비자 피해 우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출혈 경쟁 구도가 머지 않아 위험 수위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쿠팡을 제외하면 투자 여력이 남아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서다. 얼마 전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합병이 마무리된 배달의민족은 당장 공격적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매각 수순에 있는 요기요는 더욱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쿠팡은 최근 뉴욕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5조 원 가운데 일부를 풀필먼트와 쿠팡이츠 등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진행했던 '계획된 적자' 전략을 배달앱 시장에서도 가져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도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일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이후다. 경쟁이 끝난 후 업체들이 투자 비용 회수에 나설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라이더와 소비자가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5000원 대였던 배달 수수료를 4000원으로 낮췄다. 그러자 라이더유니온 등 배달원 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이츠도 지난달 초 건당 3100원이었던 최저 배달비를 2500원으로 내리면서 라이더유니온 등 배달원 단체와의 대립이 이어졌다. 이들은 플랫폼들이 투자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업 구조상 '을'인 배달원들에게 플랫폼의 투자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상황이 훗날 경쟁 구도가 정리된 후 소비자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플랫폼에게 더욱 고품질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업체 입장에서는 여력을 만들어서라도 단건 배달 등 서비스 개선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경쟁이 치열한 지금 상황에서 입점 점주나 소비자들이 이 비용을 지도록 하지는 않겠지만, 이후에는 배달수수료를 올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