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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⑨ 호텔롯데의 주인은 누구인가

  • 2014.03.14(금) 09:59

롯데홀딩스, 롯데그룹 지배 핵심역할
"일본선 신동주 부회장 지분 더 많아"
신 총괄회장 의중 따라 최종 확정될듯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은 연년생이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시게미쓰 하쓰코 씨 사이에서 신 부회장이 1954년, 신 회장이 1955년에 태어났다. 두 형제는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둘 다 사회생활은 롯데가 아닌 외부(신 부회장은 일본 미쓰비시상사, 신 회장은 노무라증권)에서 시작했고, 33세가 돼서야 비로소 롯데그룹에 발을 들여놓았다. 신 총괄회장은 두 아들에게 비슷한 코스를 밟게 한 것으로 보인다.

형이나 동생, 어느 한쪽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지분구도를 짠 것도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00년까지도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승계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0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는 형님(신 부회장), 한국 롯데는 저로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고 밝혀 그룹내 교통정리가 사실상 끝났음을 알렸다.

 


◇ 베일에 싸인 롯데홀딩스

그럼에도 롯데그룹의 승계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주주구성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롯데알미늄과 롯데제과, 롯데쇼핑 등을 통해 식품유통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롯데물산과 롯데건설, 롯데케미칼을 통해 건설화학 계열사를 지배한다. 금융계열사 중에선 롯데캐피탈과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한 연구원은 "이 회사가 넘어가면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며 호텔롯데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전했다.

호텔롯데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는 베일에 가려있다. 표면적으로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2007년 설립된 일본 롯데홀딩스(19.2%)다. 나머지 주주(80.8%)들은 일본 주식회사L 제4투자회사, 제9투자회사, 제7투자회사 등 정체가 모호한 투자회사들이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 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점을 볼 때 이들 회사의 지배권은 신 총괄회장에게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지분구성은 알려져있지 않다.

형제들만 보면 신 부회장이 일본 계열사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에서 신 회장의 지분이 약간 많듯이, 일본에선 신 부회장의 지분이 조금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IB(투자은행)업계는 일본의 신 부회장이 롯데홀딩스를 발판으로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증권사 연구원은 "신 회장으로선 우호지분을 확보해 형(신 부회장)에 대응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소설에나 있을 법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 마지막 관문 '롯데월드타워'

롯데그룹은 2011년부터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잠실에 123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를 짓는 일이다. 총 사업비만 3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롯데와 신격호, 도전하는 열정에는 국경이 없다'라는 책을 쓴 임종원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신 총괄회장은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롯데월드타워에 바치겠다고 했을 정도로 이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며 "자신이 후손들을 위해 남길수 있는 마지막 사업으로 여긴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일부는 롯데그룹 승계의 변수로 이번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꼽는다.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쇼핑은 물론 일본 롯데홀딩스까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 사업의 성패에 따라 그룹의 최종 승계구도가 확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총사업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는 롯데물산은 2010년 4000억원에 달하던 현금성자산이 거의 소진된 상태며, 그룹지배의 중심축인 호텔롯데도 9000억원에 가까운 순차입금 상태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를 매각해 재임대(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back)하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신 총괄회장이 두 아들에게 내준 마지막으로 숙제"라며 "형은 일본, 동생은 한국이라는 큰 틀은 변함없겠지만 부친의 숙원사업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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